매일신문

[기고] 호주와 워킹홀리데이 협정 20주년

지난 1995년 호주와의 워킹홀리데이(줄여서 워홀이라함) 협정이 체결된 이후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호주를 방문하였다. 2009년도의 3만9천 명을 포함, 지금까지 총 36만 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바 있다.

20대의 젊은이들이 낯설고 물 선 이국의 땅에서 1, 2년간 살아가다 보면 안전을 비롯하여 주거, 일자리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포센터, 설명회, 홈페이지 등 여러 방안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기본적으로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총기 소지가 금지되고 법률이 엄격히 집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범지대가 있고 야간에는 불안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지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젊은이들은 특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인과 관련된 사건 사고 현황을 보면 연간 약 100건이 발생하다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인 동포는 현지 사정에 익숙한 만큼, 이런 사건은 주로 유학생, 워홀러와 같은 방문자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는 통행 방향이 달라 발생하는 교통사고, 현지의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례, 바다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다가 급류에 익사하는 사건과 같은 비범죄성 사고와 강도, 살인, 상해, 절도 등과 같은 범죄성 사건이 있다.

지난 2013년 말에 연이어 브리즈번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으로 인해 워홀 제도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지난해에는 워홀 참가자가 1만9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더하여 올해 4월 13일 밤 발생한 실종에 이은 익사체 발견은 다시 워홀의 안전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젊은이들이 일하면서 외국생활을 하는 가운데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약간의 음주를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삶의 일부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여러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특히 통제되지 않는 방탕한 생활이 이어질 때 워홀 본연의 목표를 일탈하여 시간을 허비하고 심한 경우 이번에 발생한 경우와 같이 불행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안전에 관해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정부기관도 안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정보제공을 통해 안전의식을 증진하고 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 제공, 워홀 동영상 제작 방영, 무료법률상담 실시, 워홀 간담회 개최, 워홀러와의 바비큐 행사, 워홀 농장 방문을 통한 격려, 안전 워홀 홍보 캠페인 개최, 워홀 프로그램 참가 영사단과의 정기 협의 채널 구축 등이 있다.

하지만 다수의 워홀러가 호주 전역에 산재하여 있고 그들의 소재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을 위한 제도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전정보 제공을 비롯한 자국민의 외교적 보호와 개인 정보의 보호라는 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 연락 두절이나 실종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경찰 등 현지 당국을 통한 협조의 한계가 있으므로 페북을 통한 소재 파악이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외교공관으로서는 어디까지나 법집행을 하는 것은 아니며 주재국 경찰에 협력을 요청하는 데 그치는 역할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에 당면하게 된다.

이번과 같은 실종과 익사 사건처럼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여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안전의식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한인사회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워홀러를 고용하는 한인 고용주의 협조, 다수의 워홀러가 교회 등 종교기관에 다니는 실정을 감안한 캠페인, 무엇보다 본인의 안전의식과 삶의 목표 의식을 고양하는 윤리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휘진(주시드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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