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의 축제, 정체성과 지향성 명확해야 성공한다

대구시민은 대구의 축제에 대해 기획력 부재, 중구난방식 분산, 관이나 기획사 주도의 일방통행식 개최 등 때문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시가 '시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를 주제로 마련한 시민원탁회의에서 나온 지적이다. 원탁회의 참가자들은 74.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이런 식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강경한 주장도 있었다. 반면 대부분 참석자는 축제가 시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공감하고, 대구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시민 참여형 축제 개최를 요구했다.

컬러풀 축제로 대표되는 대구의 시민축제는 그동안 정체성 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매년 비슷한 형태에다 특색이 없어 시민 참여가 저조했다. 대구시와 행사 참가자, 그리고 시민이 따로따로인 그들만의 잔치였던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인사가 돌아가며 기획 감독을 맡으며 말썽을 빚었고, 올해는 개최 시기를 10월에서 5월로 바꾸면서 시민참여 행사를 없앴다가 여론의 반발로 재편성하기도 했다. 이는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를 지향하면서도 방향성 없이 휘청거렸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축제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축제가 많다. 이들 가운데서 돋보이려면 정체성과 함께 특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오페라축제나 뮤지컬축제 등과 달리 컬러풀 축제의 지향점은 모호하다. 이름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고, 실제 행사에서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물론, 원탁회의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민 다수가 참여하는 시민축제에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명품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체성과 역사성이 없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컬러풀' 안에 다양성은 없고, 무엇 때문에 하는지 당위성도 없다면 그저 매년 상투적으로 개최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뿐이다. 대구시는 컬러풀 축제의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많은 시민이 참여해 함께 즐기는 축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초점을 좁혀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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