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서 뺨 맞고 머리 잡혀…교권 침해 '위기의 여교사'

제자·학부모, 폭행·폭언 빈발, 병원 치료 받아도 정신적 충격

'스승의 날', 여교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경북 학교 현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 학부모의 여교사 폭행이 잇따르고 있어 '여교사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해마다 여교사 비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교사들의 교권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구미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해 '스승의 날'을 부끄럽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3학년 A군은 수업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습 분위기를 방해했다. 이에 여교사 B(34) 씨가 "수업에 방해가 되니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라"고 제지하자, A군은 여교사에게 교실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진 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했다. 이후 A군은 교실을 빠져나간 B교사를 복도까지 따라나가 발로 차는 등 2차 폭행했다. B교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대구에서는 초등학생 학부모 C(42) 씨가 교실에 들어가 담임 여교사 D(39) 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씨는 여교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벽에 밀어붙이는 등 수차례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차별 폭행을 당한 D씨는 정신적 충격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3월에는 포항 한 중학교에서 담배를 갖고 있는 것을 훈계하는 여교사에게 남학생이 심한 욕설을 했다.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낀 여교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은 여교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덩치가 큰 남학생들은 여교사를 폭력의 대상으로 삼아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고 대응할 대책이 없다.

학교 측이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도 교권침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2년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 등 47명이 학생들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집단 전근한 사건도 학교 측의 사건 은폐 때문으로 드러났다. 학생 38명이 조직적으로 여교사들에게 심한 욕설과 폭행을 이어가며 1년 넘도록 괴롭혔지만 학교는 경찰의 도움이나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등을 통하지 않고 자체 해결에 의존하다 사건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여교사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54.7%(9천209명)였던 대구시 여교사 비율은 2014년 현재 66.2%(1만4천237명)로 11.5%포인트 급증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여성, 나아가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도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여교사들 스스로도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 확대와 봉사활동 등 사회적 공헌활동을 통해 스승 공경 풍토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채정민 기자 포항 박승혁 기자 포항 신동우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