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사냥개 마아크 이야기

대구의 세 번째 기독교 선교사로 들어와 40년을 넘게 사역했던 브루언(H. M. Bruen) 목사는 무슨 방도로 하든지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기뻐했다. 그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사람들은 '안경말'이라며 신기해 하면 그것을 도구로 복음을 전했다. 자전거 외에 또 다른 전도의 매개체가 있었다면 바로 미국에서 데리고 와 기르던 마아크(Mark)라는 사냥개였다. 마아크는 털이 많은 것이 한눈에 봐도 토종견과는 다른 생김새였다. 그래서 브루언이 가는 곳마다 마아크 역시 처음 보는 서양사람만큼이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브루언이 경산의 시골장터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주인이 전도하는 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는 마아크를 보고 사람들은 각기 한마디씩 했다. "저런 개는 처음 보는데, 저 북슬북슬한 털 좀 봐. 늘어진 귀가 얼굴을 다 가리네." 이런 광경을 지켜본 브루언은 은근히 마아크가 토종견에 비해 더 탁월함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마아크를 보고 "앉아!"라고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러자 두 다리를 앞으로 뻗고는 덥석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샌드위치 한 조각을 마아크의 머리맡에 갖다 놓고는 다시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다. 그동안 마아크는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전도를 마친 브루언이 "이제 됐어!"라고 말하자 그때야 빵을 먹고는 펄쩍 뛰면서 주인을 따랐다.

여러 해가 지난 후 대구서문교회의 정재순 목사가 브루언에게 "저는 언젠가 선교사님이 경산 장터에서 전도할 때 감동을 받아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분이 좋아진 브루언은 "나의 설교 중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받아 믿게 되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내가 믿은 것은 선교사님의 설교 때문이 아니고 사냥개 마아크의 기도 때문입니다"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그때 마아크가 코앞에 샌드위치를 두고도 먹으라는 주인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던 것을 식사 기도를 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그는 이렇게 마음으로 다짐했다. '미천한 짐승도 음식을 놓고 저렇게 기도를 드리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 기도하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오늘부터는 내가 기도할 차례이다.'

이렇게 신앙에 입문한 정재순은 마침내 목사가 되었고, 대구3'1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다가 2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친구들은 그를 일컬어 개에게 전도 받은 목사라며 놀렸다. 선교사들은 그를 인도한 사냥개 마아크의 이름을 따서 그가 사역하던 교회를 '마아크의 예배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마아크라는 이름은 신약성경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와 이름이 같기에 '성마가의 예배당'도 되었던 것이다.

'미천한 짐승도 기도를 드리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우습게 들릴 수만 없는 때가 된 것 같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지식은 존 칼빈의 말처럼 조물주를 아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자신을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신지식은 나아가 사람을 사랑하는 지식으로 확장된다.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인 만큼 타인의 생명의 소중함도 알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의 총기 난사 사고, 북한의 인권 탄압과 심지어 네팔의 지진 참사까지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가슴 아픈 소식들이 너무 많다. 내 나라, 내 가정, 내 자식이 소중한 만큼 남의 나라, 남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사람됨의 도리가 아닐까? 변화무쌍한 시대 속에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창조주를 기억하자. 그리고 창조주가 베푸는 은총 속에서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또한 고통당하는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되기를 소망한다.

박창식 달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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