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한 변신 경북의 쌀] ②우리 쌀의 날씬한 변신 -경주 쌀국수 공장 '미정'

대기업 납품·학교 급식…도내 쌀 연 1천700t이 국수로

면류와 떡 등을 생산하는 식품업체 ㈜미정의 정우현 이사가 사출기(반죽을 면 가닥으로 뽑아내는 기계) 앞에서 갓 생산된 쌀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경북 쌀을 원료로 국내 시장을 거머쥐고 있다. 신동우 기자
면류와 떡 등을 생산하는 식품업체 ㈜미정의 정우현 이사가 사출기(반죽을 면 가닥으로 뽑아내는 기계) 앞에서 갓 생산된 쌀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경북 쌀을 원료로 국내 시장을 거머쥐고 있다. 신동우 기자

"우리 땅, 우리 손으로 키운 쌀이 당연히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말끔히 도정된 쌀을 곱게 빻는다. 경주에서 갓 생산된 싱싱한 녀석들이다. 눈처럼 하얀 가루가 나오면 여기에 물을 섞는다. 물은 조금만, 밀가루보다 끈기가 적어 약간 뻑뻑할 정도로만 반죽한다.

그다음은 반죽을 치대는 시간이다. 찰기가 생기고 충분히 공기가 빠질 때까지 수십 번을 치대고 또 치댄다. 마지막 사출기를 통해 가는 면발이 나오면 끝.

신선도를 위해 일반 국수처럼 면대에 건조하는 작업은 생략한다. 육안으로도 탱탱한 면발이 곧바로 냉동 포장지에 담긴다. 경북 쌀로 만들어낸 쫄깃쫄깃한 쌀국수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경북 쌀 소비 일등업체

경주 현곡면 나원리의 ㈜미정은 국수나 라면 등 면류와 조리용 떡을 생산하는 전통식품회사다. 면에 적합한 소스를 소비자 입맛에 맞게 직접 제조하는 국내에서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생산된 제품은 주로 CJ제일제당과 사조대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기업에 납품되며 경북도 내 학교 급식의 면류 공급도 책임지고 있다.

"아무래도 밀가루는 건강 측면에서 걱정이 되죠. 먹고 나서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소화에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되는 쌀 제품을 만들기로 했지요."

미정 정우현 이사는 회사가 쌀 제품 개발을 시작한 것은 13년 전이라고 했다. 지난 2002년 군부대로부터 납품 의뢰를 받은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 미정은 우리 군 장병들이 별식으로 즐기면서도 건강에 좋고 힘이 날 수 있는 식품 개발에 고심했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경북 쌀로 만든 '쌀 생면'이다.

그러나 쌀 제품의 판로는 쉽지 않았다. 군납용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쌀로 만든 면류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음식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들고 각 학교와 식료품업체들을 돌며 직접 홍보에 나서야 했다.

초창기에는 소량으로만 생산되다가 5년여가 지난 2007년 이마트 쌀국수 납품을 시작으로 조금씩 활로를 찾았다. 더욱이 그때까지 쌀 제품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미정은 기타 경쟁업체들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는 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미정은 2008년 'Korea Food Expo'에서 쌀가공식품부문 'Top 10'에 '쌀 자장면'이 선정되고, 경북 우수 농산물 상표 사용 지정 등록까지 획득했다. 이에 따라 미정의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현재 경북도 내 거의 모든 학교와 군부대 등의 쌀 면류 납품을 담당하고 있다.

정 이사는 "밀가루보다 쌀 제품이 만들기도 어렵고 단가도 비싸죠. 밀가루 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왠지 식감적으로 거부감도 든다"며 "그래도 우리 쌀이 가지는 특유의 감칠맛과 건강요소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웰빙 바람 타는 쌀 제품

사실 미정의 주력 제품은 밀가루를 활용한 제품들이다. 마트 등에서 흔히 마주치는 라면과 우동, 떡볶이 등 즉석식품들의 원산지 이력 표시를 살펴보면 드물지 않게 미정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미정은 CJ제일제당의 제일제면소 시리즈와 각 편의점 자체 브랜드 등 60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정에서도 쌀 제품이 차지하는 생산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약 8대 2의 비율로 아직 밀가루 제품 생산이 많다. 밀가루 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쌀 제품이라도 수입쌀과 전분, 밀가루 등을 일부 섞은 것들이 있다. 국내산 쌀만 사용할 경우, 납품 단가를 맞추기 어렵고 쌀의 끈기가 너무 없어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입쌀을 섞는다 해도 미정이 연간 사용하는 경북 쌀은 평균 1천700t이 넘는다. 지역 업체로서는 최고 수준에 꼽힌다. 이 쌀은 신선도와 운반비용 등을 감안해 모두 경주농협에서 가져오고 있다. 밀가루보다 조리방법은 까다롭지만, 이렇게 좋은 재료로 생산된 쌀 제품은 물을 계속 추가하면서 충분히 저어주면 쫄깃쫄깃함과 탄력에서 월등한 식감을 자랑한다.

미정 정우현 이사는 "쌀로 된 제품은 아직 시장화가 덜 됐을 뿐, 앞으로 웰빙 바람을 타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학교 급식을 납품하며 '내 아이도 먹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식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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