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부, 부부의 날] 부부 갈등·화해 그리고 이벤트

베개 밑에 통장 넣은 후 '당신 비자금이야' 문자

부부(夫婦)란 잘 지내기가 더 어렵다. 아홉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가 삐거덕대면서 신뢰가 깨진다. 부부관계에는 정답도 없다. 부부 갈등에 대해 주변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지만 막상 그 부부가 특정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한쪽이 마음을 닫아버리면, 다른 한쪽에서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헛수고다. 다양한 부부들의 사연을 통해 갈등과 화해 그리고 감동스토리를 들어보자.

 

◆무뚝뚝한 남편일수록 감동은 2배=경상도 남자 기질을 100% 갖고 있는 결혼 13년 차 김운배(43'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평소 아내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퇴근 후 시무룩하게 있는 모습에 아내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도, "아니다. 아무 일도 없다. 밥이나 차려도"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하기 일쑤였다.

이런 김 씨가 올해는 깜짝 부부의 날 선물을 준비했다. 수년간 모아온 비자금 중 절반인 '거금'을 뚝 떼내서 아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작전도 다 짜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 베개 아래에 통장을 넣어두고, 회사에 출근한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신 베개 밑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라고 남길 계획이다.

김 씨처럼 비자금이라는 큰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번 부부의 날에 다른 감동 이벤트를 준비해 보자. 꼭 큰돈이 들지 않아도 된다. 요즘 대세인 요리남이 되어 아내가 좋아할 만한 특별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어설프지만 마사지 기술을 몇 가지 익혀서 배우자의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효과만점이다.

◆330차 ME 주말 현장의 부부들=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 동안 칠곡 한티 피정의집에서 진행된 ME 대구협의회 330차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들은 혼인과 부부사랑의 올바른 의미를 되새겼다.

청도에서 온 김형구'김선미 씨 부부는 결혼 30년차 잉꼬부부지만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작은 의견충돌이 생겼다. 아내의 힘든 부분에 대해 남편이 속 깊은 배려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 김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됐습니다. 속마음을 드러내고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결혼 22년 차 김석범'석승애(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 부부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음을 새삼 고백했다. 아내 석 씨는 "그동안 남편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치기만 했다. 앞으로는 늘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할 것"을 다짐했다.

김준혁(미카엘)'서유미(소화데레사) 씨 부부는 신앙생활 속에 원만한 부부관계를 이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ME 주말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눈을 바라보고 대화한 적이 언제였나'며 후회했다. 이 부부는 합창했다. "평상시 대화할 때 서로 각자의 언어를 말한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서로 나누는 말이 '사랑의 언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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