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 길 먼 남성육아, 강제시행 의무화만이 해법될 것

직장생활 불이익·눈총 뻔한데 간 크게 갈 수 있는 사람 있을까

남성 육아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에서 2001년 2명의 남성이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육아휴직 근로자 중 남성의 비율은 4% 수준이다. 스웨덴의 전체 육아휴직 근로자 중 남성 비율이 10%를 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또 대구여성회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자녀가 있는 대구경북 직장인 남성 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구경북 남성은 육아휴직 등의 제도 이용 경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경험이 높게 나타난 제도로는 '배우자출산휴가'(36.3%), '보육비 지원'(19.1%) 순으로 나타났지만 육아휴직은 단 12명(3.5%)만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최모(32) 씨는 "군 장교 출신이라 군대 포함 현재 직장이 세 번째 직장인데 8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를 단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직장 생활에서 체감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와 현실의 간극, 그 배경은?

증가세와 현실의 간극은 남성의 육아 참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직장 조직 내의 사정 등이 그 배경이다.

대구여성회의 지난해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은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27.7%), '다른 동료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22.8%)라고 답했다.

한 대기업 유통업체 직원 정모(34) 씨는 "몇 해 전 미혼 여성 간부가 서울에서 내려와서 여직원들에게 '출산, 생리휴가, 육아휴직까지 챙길 거 다 챙기고 일은 언제 하느냐. 그러면서 유리천장이란 말은 하지마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출산을 하는 여직원에게도 그런 말을 하는데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팀에 결원이 생기면 다음 인사 때까지 충원되지 않아 여성이 육아휴직을 가더라도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육아휴직을 쓸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이후 복귀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을 조사한 결과 '고과, 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약화'(26%), '자리유지 및 배치전환 걱정'(18.9%) 등이 1, 2위를 차지했다.

대학교 교직원인 최윤영(31) 씨는 "공무원, 공기업이 아닌 직장에서 일하는 남성에게 육아휴직은 사실상 무의미한 제도이다"며 "현재 직장에서 자기 커리어에 미련이 전혀 없을 때나 쓸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성이 원하는 해법은?

대구경북 '슈퍼맨 아빠'들은 형식적으로 갖춰진 제도가 아닌 강력한 시행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여성회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대구경북 직장인 남성들은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강제시행의 의무화'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경제적 지원과 대체인력 확충, 사용자의 불이익 방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급여의 40%를 지급하는 현재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서는 '불만족한다'는 의견이 63.2%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현 급여의 50%는 지급해야 한다'(32.1%)는 주장이 가장 많았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42.9%에 달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남성들은 오후 9시 이후 야근 비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을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얽매이는 탓에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해 가사와 육아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가정이 양립을 위한 제도의 효과를 높이려면 충분한 예산과 강한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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