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성 육아… 올 1분기 대구경북 79명, 지난해 비해 110%↑

올 한해 신청 310여 명 달할 듯…'아빠 육아' 사회 인식 개선 덕

최근 직장인 이호성(30) 씨는 주말마다 즐기던 오토바이 라이딩도 포기할 정도로 8개월 된 딸 키우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최근 직장인 이호성(30) 씨는 주말마다 즐기던 오토바이 라이딩도 포기할 정도로 8개월 된 딸 키우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난해 남성 육아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 때문일까? 대구경북에도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 이른바 '슈퍼맨'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대구경북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는 1천472명(공무원, 교직원 등은 통계에서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21명이었던데 비해 21.6% 증가했다. 또한 올 1/4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7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7명에 비해 110% 이상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설아 대구고용노동청 대구고용센터 기업지원과 담당은 "매 분기 일정한 수로 육아휴직 신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1분기 신청자의 4배가 연간 육아휴직자 수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올 한해 대구경북의 육아휴직자는 5천8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남성 육아휴직자도 310여 명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증가세는 비단 대구경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육아휴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3천421명(공무원, 교직원 등은 제외)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13년에 비해 49.2%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올 1/4분기 신규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9% 증가했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요즘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아빠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이러한 슈퍼맨 증가세를 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처음 시행한 '아빠의 달' 제도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었던 사회적 인식 변화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빠의 달 제도는 남성 육아휴직 촉진을 위한 것으로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달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 지원하는 제도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해야만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대형마트에서 아기를 안고 장을 보는 남성이 눈에 띄게 늘어났을 정도로 '아빠 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네 살배기 딸을 둔 박재현(32) 씨는 "어릴 때, 육아는 당연히 '엄마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중매체의 영향과 결혼 후 맞벌이라는 현실 탓에 육아는 '우리의 몫'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아내가 일하느라 집을 비웠을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딸 서은이 돌보는 것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고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는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직장인 남성들이 육아휴직계 사용을 꺼리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기혼 직장인 남성 273명에게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78%에 이르는 남성이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회사에 눈치가 보이기 때문'(53.1%)을 가장 높게 선택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지만, 육아휴직 신청자나 상담자 중 민간기업 직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며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한두 달 정도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며 "남성이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하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직장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사진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