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바티칸에서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를 앞두고, 한국 천주교가 생명과 가정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생명'가정 문제 오랫동안 관심 가져온 천주교
생명과 가정은 세계 천주교가 생명운동과 가정사목을 펼치며 오랫동안 관심을 쏟아 온 주제다. 199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의 복음' 회칙을 발표했다. 태아의 존엄성, 노인과 고통받는 이들의 생명권, 비인간적인 법률에 반대할 의무 등을 다뤘다. 올해 발표 20주년을 맞아 점검 및 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정'을 주제로 지난해 10월 주교 시노드 임시총회를 소집했고, 올해 10월 정기총회에서도 다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황은 전 세계 교회에 관련 실태 및 의식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지난해 전국 천주교 신자 1천 명 및 비신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최근 '생명과 가정: 2014년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연구소가 2004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와 비교해 10년 간의 실태 및 의식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생명의식은 개선, 동거와 동성 결혼 인식은 신자와 비신자 비슷
조사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들의 생명의식은 대체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은 "하지만 낙태와 안락사 등 생명 사안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회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고, 그 실천의 장인 가정과 실천 주체인 평신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사에서는 동거와 동성 결혼 등 새롭게 떠오른 가정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천주교에서는 교리상 동거와 동성 결혼을 올바른 성과 가족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신자와 비신자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엄재중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교회의 입장을 잘 알고 있지 못하거나 아직 자기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은 채 설문에 답한 신자들이 많았다"며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생명 및 가정 관련 다양한 사안에 대해 교회 차원의 현실 파악 및 전향적인 설명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세계 주교 시노드 임시총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는 동거에 대한 포용 입장은 포함됐지만, 동성 결혼 관련 언급은 빠진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올해 10월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에서 다시 다뤄진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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