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채 5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대안학교가 경북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영천 화북면에 자리한 산자연중학교는 최근 제37회 경북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중학교로 선정돼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산자연중학교는 2003년 시작된 오산자연학교가 모태. 2007년 산자연학교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으로 대안교육을 시작했고, 2014년 학력 인정학교로 새 출발했다. 현재 3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산자연중학교의 이번 성과가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궈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북도교육청 등 주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교과서도 학생들이 자부담으로 사야 할 정도이고, 변변한 과학 실험 기자재도 갖추기 힘들다. 그나마 구비한 과학 기자재들은 인근 학교들이 쓰던 것을 기증받은 것이다.
산자연중 최순호(사진 왼쪽) 교사는 이번 대회에서 지도교사 논문 부문에서 1등급을 받았다. 최 교사는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실험을 준비해주지 못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교육청의 지원이 빨리 이뤄져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또래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과학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자연중학교가 최우수 중학교로 선정된 데는 최 교사 외에 2학년 한형근 군의 노력도 한몫했다. 최 교사의 지도를 받은 한 군은 이 대회 생활과학Ⅱ 부문에 'E.S'(Easy Snowboard)라는 제목의 발명품을 출품, 특상을 차지하며 학교에 최우수 중학교라는 명예까지 안긴 것이다. 한 군은 경북 대표로 전국 대회 본선에 참가할 자격도 얻었다.
한 군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스키장에서 스노보드 몸체에 부츠를 고정하려고 주저앉아 용을 쓰는 이들을 떠올린 이후부터다. 어떻게 하면 스노보드 몸체에 부츠를 좀 더 쉽게 고정할 수 있을까, 즉 스노보드 몸체에 부츠를 고정하는 장치인 '바인딩'을 개량해보자는 구상을 한 것이다. 버클 등으로 바인딩과 부츠를 연결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자석을 이용, 바인딩과 부츠가 달라붙게 만들어 손으로 연결 부분을 조일 필요가 없게 했다.
하지만 전자석을 이용할 경우 오랜 시간 전원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전원 공급 장치로 인해 부츠도 무거워졌다. 이때 최 교사와 논의한 끝에 생각해낸 묘안이 영전자홀더를 이용한 방법. 영전자홀더는 전자석과 반대되는 성질을 지닌 제품으로 평소에는 영구자석처럼 강력한 자력을 발휘하다 전기에너지가 흐르면 자력이 없어진다. 장시간 바인딩과 부츠를 연결하는 데 전자석보다 전기에너지가 훨씬 덜 필요한 것이다.
한 군은 "평소 스노보드를 탈 때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거추장스러운 장비 때문에 많이 불편해 이 장치를 만들게 됐다"며 "기존 장치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진 못했는데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해주셔서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산자연중학교 교장인 이영동 신부는 "주변 환경을 이용해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식 위주의 암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인성과 지성, 창의성을 높여주는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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