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 급변하는 물결을 거슬러서도 안 되지만, 뒤처지면 본인만 감정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깔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출근길에 한 손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있는 경우를 쉽게 본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갈 때에도 아빠가 기저귀 가방을 메고, 앞으로는 아기를 안고, 아내는 긴 머리에 아가씨처럼 뒤따라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예전 같으면 "남자가…"라며 흉을 볼거리가 되었지만, 남녀평등시대가 도래한지라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담도 마찬가지다. 밤에 오는 상담은 주로 아내들의 하소연이 대부분이었다. 내용도 거의 대동소이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시댁에서 끊임없이 손을 벌려서 고민이라든지, 남편이 늦게 귀가해서 속이 상한다는 류의 상담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요즘 오는 상담은 남자들의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세상이 무섭게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곳이 바로 상담실이다. 당하고만 살아온 여자들의 보복인가 싶을 정도다. 부모들은 윗세대들에게 책임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책임질 자식도 드물다. 요즘 부모들은 아들딸에게 노후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세다. 결국 내 손으로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경제적 현실이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다. 국수나 감자로 두 끼를 겨우 때우던 1960, 70년대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풍족한가?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죽을 만큼 어려운지는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느끼고 있는 빈곤이 상대적인 것은 아닌지, 비교에서 오는 초라함은 아닌지를 말이다. 8억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사람이 돈이 없어 자살하는 사건을 보면 행복은 결코 객관적인 기준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이 비교 상대일 수 있겠지만,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 우두머리 권력을 잡았다고 해도 얼마든지 자신의 처지보다 나은 비교 상대는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 사는 것은 '층층만층구만층'이라 하지 않던가. 마음먹기에 따라 사람의 욕심은 블랙홀 같아서 아무리 가져도 만족함이 없다면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가진 것에서 자족할 줄 알아야 하고, 아끼며 알뜰살뜰 사는 것도 삶의 재미이다.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그때그때 충실히 살다 보면, 억겁의 시간에 비해 삶의 시간은 한나절임을 깨달을 수 있다. 행복이 조건에 있다면, 세계 최저 국민소득 국가인 방글라데시가 최고의 행복지수를 누리겠는가? 100% 마음먹기 달렸다.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 일하고 밥 먹고 사랑하고 봉사하고 여행하는 모든 것이 행복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토네이도나 태풍을 거스를 수 없듯이, 바람 부는 대로 큰 바위를 만나면 뒤돌아가는 물처럼 변하는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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