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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환성사에 가다-장옥관(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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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저문 봄날의 환성사는 이미 구름의 일이다

그날 붉은 육질의 시간 뚫고

도망치듯 찾아간 하양읍 왁자한 시장바닥

푸줏간 주인은 냉동실 갈고리에 절을 매달아 놓고

뚝뚝 피 흘리는 고기를 斤(근)으로 베어 팔았다

고기…… 물고기의 수미단이

환성사에 있다는 것이다

연밥 따먹는 자라와 매화가지 옮겨 앉는 가릉빈가

그때 불두화가 숨긴 부도나 당간지주는

거친 살갗의 화강암이다 굵은 팔뚝 속으로

와글대는 악머구리들은 서쪽에서만 운다, 울어

그치지 않는 물소리 미루나무 귀가 한층 얇아지고

날은 빠르게 어두워져 별들의 간격은

더 한층 넓어지는 것이다

날벌레들의 욕망이 채색의 단청으로 달라붙어

도무지 감춰지지 않는 지독한 살 냄새

뼈가 다 보이도록 꽃살무늬 환하게 번져 나오는

불빛과 또 저기 웅크린 짐승

(전문. 『하늘 우물』. 세계사. 2003)

환성사는 이미 구름의 일이니 구름에게 맡겨둘 터,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삶은 냉동실 갈고리에 매달린 살덩어리 같은 것이어서 이따금 뭉텅뭉텅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고, 우리는 그것을 생활이라는 뚝뚝 피 흘리는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붉은 육질의 시간 속에서 부처가 깔고 앉은 물고기의 수미단이 환성사에 있든 없든, 나는 오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서쪽에서 개구리들이 와글대도 귀 기울이지 마라. 살아갈수록 별들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진다. 이해가 되는가? 불두화가 숨긴 것은 부도나 당간지주가 아니라 저 스스로다. 자라가 따 먹는 것은 연밥이 아니라 제 목숨이니, 불빛을 보이려거든 이 뼈가 다 보이도록 환하게 하라. 웅크린 짐승처럼 부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 마치 삶이 이해된다는 듯이 지독한 살 냄새를 풍기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인가. "금으로 만든 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함이나 묘한 얼굴이 둥글고 밝음을 아는가? 진흙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함이나 높고 높은 둥근 소리는 아름답고 아름답구나. 나무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함이나 쓸쓸한 옛 법당에 자물쇠 없구나. 모름지기 손을 털고 바로 집에 가야 하니, 어떤 것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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