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고용으로 GDP 4.9% 성장
여성 고용은 국가 존립과 직결돼
대구시 여성 고위직 점차 늘려야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CL)에 참석한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은 인터넷기업인 중국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52)이다. 자신의 고백처럼 외모도 '백'도 없는 왜소한 체구의 영어 통역사로 한 달에 15달러 벌기에 급급했던 마윈은 자본금 8천만원으로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설했고, 15년을 키운 후 작년에 나스닥에 등록시키자마자 무려 242조원의 시장가치를 지닌 세계 2위 전자상거래 업계로 자리매김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를 미국 나스닥에 등록시킬 때 기업주가 종을 울리게끔 되어 있는 전통 대신 8명의 차세대 기업인이 '나스닥의 종'을 울리도록 배려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존중함과 동시에 기업 내 여성의 역할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마 회장은 향후 30년간 IT(정보 기술) 시대가 지고 DT(데이터 기술) 시대가 뜨고, DT 기술에 기반한 중소기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는데, 정작 우리 여성들의 마음을 훅 사로잡은 발언은 기업 내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이다. 마 회장은 "10명의 남자가 회의를 하면 2시간 동안 서로 싸운다. 반면 여성들이 토론하면 매우 논리적이고 편안하게 대화가 이뤄진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여성의 특징이 기업의 성공을 이끈다"고 하여 국내 여성계의 큰 박수를 받았다.
직장 내 여성적 문화가 기업 성공의 요소라고 보는 마 회장의 달관 철학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남성보다 20%포인트 떨어지고 성공한 여성들은 공공연하게 미움을 받기 일쑤이다. 우리나라 경력 단절 여성들을 재취업시켰을 경우 GDP 잠재 성장률은 무려 4.9%나 된다. 여성 고용이 국가 존립과 직결됨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임신'출산'육아기 경력 단절 현상을 겪고, 고위직에서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현상은 미국 사회에서도 일어난다. 실제로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프랭크 플린 교수 등이 직장에서의 남녀 인식 차이를 연구할 목적으로 실험을 했다. 연줄과 적극적인 성격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벤처 기업인 하이디 로이즌이라는 여성 기업인 사례를 실험 대상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주었다. 단, 학생의 절반에게는 여성 하이디의 이름을 그대로 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하이디를 하워드라는 남성으로 바꾸어서 내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은 하이디 로이즌이나 하워드 로이즌 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호평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남성인 하워드를 인간성이 풍부한 매력적인 인물로 종일 같이 일하고 싶다고 평가한 반면, 성공한 여성 기업가인 하이디 밑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유는 좀 이기적이거나 독단적일 것 같고, 정치 성향이 강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성공한 남성이 남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것과는 달리 성공한 여성에게는 실제와는 다른 질시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편견이 있기 때문에 여성은 기회가 생겨도 주춤거리거나 뒤로 물러서기 마련이다.
'허핑턴 포스트' 창업주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성공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비판을 견뎌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이 예외가 되지 않는 사회일수록 진정한 변화와 발전이 온다고 했다.
대구시는 어떨까. 250만 대구시민 절반의 여론을 수렴하는 데 여성의 동참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대구시 고위직 가운데 여성은 정말 소수이다. 대구가 어떤 곳인가. 남자들이 술 담배를 끊어서 국채보상운동을 하자고 한 지 이틀 뒤에 여자들도 해야 한다며 전국 여성국채보상운동에 불을 붙인 곳이다. 대구시정에 여성들을 적극 동참시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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