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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메이저리거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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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중 유난히 더 빛나는 별이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야구선수 로베르토 클레멘테(1934~1972)다. 월드시리즈와 내셔널리그의 최우수선수를 각각 지냈으며 타격왕에 네 차례나 오른 강타자다.

그가 더 빛난 것은 야구장 밖에서였다. 인종차별의 잔재에 맞서 그는 중남미 출신의 흑인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고, 오프시즌의 대부분을 자선과 봉사활동으로 보냈다. "나는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떠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던 자신의 말대로 그의 최후는 비극적이면서도 영웅적이었다. 니카라과 지진 난민을 돕기 위해 구호물자를 싣고 가던 중 불의의 항공 사고로 38세에 숨졌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매년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시상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행을 많이 하고 모범적 생활을 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야구 영웅의 이름은 뜻밖에도 인문학 열풍에도 접목된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 인문학 강좌가 다름 아닌 '클레멘테 코스'인 것이다. 클레멘테 코스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1936~2012)가 창시해 전 세계로 전파한 인문학 강좌이다.

쇼리스는 '인문학의 전도사'였다. 그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빈곤층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문학을 통해 빈곤층이 삶의 무기력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실증했다. 1955년 그는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출연해 지은 가정상담센터에서 인문학 첫 강좌를 시작하면서 강좌 이름을 클레멘테 코스로 지었다.

클레멘테 코스는 철학, 문학, 역사, 논리학, 예술사 등으로 구성된다. 소크라테스 문답 방식으로 진행되는 클레멘테 코스를 수료한 빈곤층의 변화는 놀랍다. 자아존중감이 극적으로 향상됐고 수료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과 희망을 갖게 됐다. 참가자들은 말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나만 살면 된다'는 경쟁의식 속에 인간성이 말살되는 시기에 인문학은 더 이상 지적 유희에 안주할 여유가 없다. 마침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안동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열려 주목을 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공감과 배려-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조건'이다.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고 행복을 주는 실용적 가치로서 인문학의 꽃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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