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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뉴월 실업한파…해외 이전·부도·법정관리

남은 기업들도 인원 감축 '대기'

최근 최악의 경기 부진 탓에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포항철강공단과 구미국가산업단지, 경산산업단지 등의 업체들이 대거 구조조정 태풍에 들어가면서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쏟아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최근 최악의 경기 부진 탓에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포항철강공단과 구미국가산업단지, 경산산업단지 등의 업체들이 대거 구조조정 태풍에 들어가면서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쏟아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이 때문에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의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주력산업인 모바일'디스플레이'철강'차부품 등이 최근 세계적인 불황에 휩싸이면서 구조조정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문물량 감소에 허덕이는 구미 모바일'디스플레이 업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주문물량 감소로 구미산업단지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매일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미산업단지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주문물량 감소로 구조조정은 물론 주 4일 근무제 등을 도입하면서 실직하는 근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구미산업단지 내 디스플레이 업체인 A사는 원청회사의 주문물량 감소로 최근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1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이 회사 직원은 "회사가 생존 전쟁에 돌입하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로 돌아온다"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에 남은 근로자들도 몸을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근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인 B사 관계자도 "주문물량 감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최근 인력감축 폭을 10%에서 15%로 늘렸다. 원청회사의 단가 후려치기가 도를 넘는 수준이어서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한숨 쉬었다.

모바일 부품 업체 C사 대표는 "주문물량 감소에다 원청회사의 단가 낮추기까지 겹쳐 회사 경영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걱정했다. 그는 "삼성'LG 등 대기업 의존도가 70% 정도에 달하는 구미산업단지 중소기업들의 특성상 스스로 새로운 업종을 찾아나서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구미의 삼성'LG 계열사들은 베트남 등 해외로, 수도권으로 투자의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다 경기회복세마저 안 보여 미래가 암울하다는 게 더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미와 김천권 실업급여 수급자는 최근 계속 증가 추세다. 26일 구미고용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구미'김천권 실업급여 수급자는 8천485명, 지급액은 200억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719명, 165억6천만원에 비해 수급자는 9%, 지급액은 17.2%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실업급여 수급자가 1만2천776명, 지급액 523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2013년에 비해 수급자는 14.4%, 지급액은 19.1%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덕구 구미고용센터 실업급여팀장은 "구미의 주력업종인 모바일'디스플레이 분야의 실적 부진 등 경기불황으로 고용여건이 악화, 인력파견 및 용역회사, 협력업체 직원들의 실직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경기 악화에 부도 위기 몰린 포항 철강공단

동국제강, 세아제강, 넥스틸, 아주베스틸 등 포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검토에 나서면서 포항 철강공단이 얼어붙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됐고, 일부 기업은 외국인과 아웃소싱 순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은행 돈을 빌려 사업을 크게 벌인 한 철강제조업체는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고,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또 다른 회사는 부도위기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형 기업에서 대기업까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는 근로자들이 늘면서 포항의 실업급여 수급자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포항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에서 실업급여를 받은 실직자는 1만3천318명(579억6천900만원)으로, 2013년 1만1천31명(461억3천100만원)보다 17% 늘었다. 2012년에 1만1천249명(462억1천400만원)으로, 2013년과 큰 차이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지난해 구조조정이 대거 이뤄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올해도 4월 현재 4천911명의 실직자가 206억3천900만원의 실업급여를 타간 것으로 조사돼 연말이면 지난해 이상의 실업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고용센터는 전망하고 있다.

포항 철강관리공단 한 관계자는 "철강경기의 위축 속에 철강제품 재고량은 좀체 소진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회사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의 사정 칼날까지 더해지면서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량실업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과 환율에 발목 잡힌 경산 자동차부품업계

경산산업단지 내 차부품 업체들은 국내 자동차 판매 부진과 원화 가치 급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경기 불황과 소비 부진, 수입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줄고 이에 따른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경산의 자동차부품회사들은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20%가량 줄었다.

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유로화, 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의 폭락으로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그 불똥이 고스란히 자동차 협력업체들에 미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보다 상대적으로 한국지엠 등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의 사정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산업단지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간부는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인력 구조조정까지는 가지 않고 있지만, 잔업시간을 줄이거나 주말 특근을 격주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자동차부품업체 간부도 "국내 완성차 대기업의 실적이 줄어들면서 그 영향이 협력업체에 미쳐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서 "결국 아웃소싱을 하거나 구조조정을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생산직 신규 인력 채용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기존 인력도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여름을 지나 가을쯤 신차 출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고용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현재 경산 지역 실업급여 신청자는 모두 4천207명으로, 이들에게 94억2천428만원의 실업급여가 지급됐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7천762명(252억7천여만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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