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5·24' 조치 5년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쯤 백령도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이던 천안함 후미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승선 장병들의 몸은 순간적으로 튀어 올랐다.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덮치고 배는 두 동강이 났다. 배의 후미는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다. 국토방위에 나섰던 승조원 46명이 그렇게 졸지에 목숨을 잃었다. 천안함 사건은 온 국민 가슴을 멍들게 했다.

침몰 초기 원인을 두고 온갖 설이 난무했다. 암초 충돌설, 좌초설, 내부 기름 폭발설, 적재 폭탄 폭발설,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설 등이 신문 지면을 뜨겁게 달궜다.

군은 침몰 해역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던 중 쌍끌이 어선이 침몰 해역에서 어뢰 추진동력장치를 끌어올렸다. '1번'이란 한글이 선명했다.

사건 후 한 달여, 마침내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 소행임을 밝혀냈다. 선체 파손 상태와 시뮬레이션, 흡착물질, 그리고 '1번'이란 한글이 쓰인 어뢰 추진동력장치 등을 근거로 '북한 어뢰 CHT-02D에 의한 피격'이 침몰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북의 소행임이 드러난 이상 정부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정부는 남북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를 대부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5'24 대북 제재 조치'다.

천안함 폭침 5년, 5'24 조치 해제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언제라도 5'24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을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필요할 때마다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며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으로 5'24 제재 조치 해제를 요구하면서 북은 군사력 강화에 몰입하고 있다. 최근 서해에 시속 90㎞로 달릴 수 있는 스텔스 함정을 배치했다. 레이더에 안 걸리면서 함포와 어뢰를 장착한 스텔스 함정은 분명히 특수 침투 목적이다. 서해 연평도 인근 무인도인 갈도에는 122㎜ 방사포 진지를 구축 중이다. 갈도는 서해 연평도에서 불과 4.5㎞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122㎜ 방사포를 쏘면 우리 함정까지 위협한다.

5'24 조치를 해제한다고 북한이 긴장도를 늦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천안함 침몰을 두고 그들 주장이 옳았다고 선전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5'24 조치를 해제하나 그냥 두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그냥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굳이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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