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형님"하던 유대표 vs 대통령…김무성 '의리' 고민

유승민 버리면 순망치한 걱정, 그냥 두면 대통령 레임덕 용인

29일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해 유 원내대표는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지키고 싶어하지만 언제까지 그와의 의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조 친박 멤버로 신뢰 교감

두 사람은 원조 '친박' 멤버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지만 오래지 않아 박 대통령과 결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일 때 비서실장, 김 대표는 사무총장을 맡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유 원내대표가 정책메시지단장, 김 대표가 조직총괄본부장을 각각 맡아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다. 이 과정에서 두 정치인은 서로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확인했다.

특히 2012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 대표는 무소속 출마 대신 불출마를 선택하고 칩거 중이었는데도 유 원내대표의 19대 총선 출정식에 참석해 유 원내대표를 응원했다.

당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행사에 참석했던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유 의원의 미래에 여러분들이 등불이 되어 달라, 제가 누구보다 아끼는 유 의원은 여러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유 원내대표 역시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부르는 김무성 의원께서 먼 길을 와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반드시 승리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믿음은 김 대표가 보궐선거로 국회에 돌아온 뒤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유 원내대표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유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로 사무총장직은 이군현 의원에게 돌아갔지만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이때 절정이었다.

◆고민 깊어가는 김무성 대표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자 의리로 뭉쳤던 두 사람 사이에 파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일단 유 원내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것을 제안했고 유 원내대표는 이를 따랐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당청 관계가 파탄 날 것임을 경고하자 김 대표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단 29일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 결론을 막아냈지만 당내 계파갈등이 언제까지 '휴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박 입장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레임덕'과 '헛발질'을 용인하는 꼴이 돼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9일 최고위에서 "당 대표로서 어떤 경우라도 당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해 유 원내대표와의 의리를 마냥 고집할 수만은 없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물을 의총에서 비록 세가 우세하더라도 김 대표는 더 큰 고민을 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를 살리자면 당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고, 유 원내대표를 버리자니 김 대표의 뿌리도 흔들리는 순망치한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