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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번지 경북] <8>김천 포도농사 강선연 씨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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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느냐, 남느냐 3년이 고비…정착단계 지원 집중해야"

김천으로 귀농해 포도 농사를 짓는 강선연 씨 부부가 수확한 포도를 포장하고 있다. 신현일 기자
김천으로 귀농해 포도 농사를 짓는 강선연 씨 부부가 수확한 포도를 포장하고 있다. 신현일 기자

"하우스에 가온(온도를 높이는 것)하라는 주변의 말에 무작정 보일러(온풍기)를 틀어 한해 농사를 망친 적도 있습니다. 하우스 가온은 잠자고 있는 나무를 깨우는 과정이라 약 20일에 걸쳐 천천히 온도를 올려야 하거든요. 그땐 전혀 몰랐죠."

지난 2010년 귀농해 김천 농소면에서 8천700㎡ 규모의 포도(자옥) 하우스 농사를 짓는 강선연(48) 씨는 귀농 초창기 농촌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해 힘들었던 일을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강 씨는 거창군 농민학교에서 3개월 귀농과정을 마치고 전혀 연고가 없던 김천으로 귀농했다.

귀농 전 농사와 관계없는 건설회사 사무직과 대형 기숙학원 관리자로 일했던 강 씨는 "적은 자본으로 귀농을 결정했기에 초창기인 3년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귀농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몇 개월을 하우스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했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직접 하우스를 만들기 시작해 6개월에 걸쳐 포도 하우스를 완성했다. 하우스 설치 시 반드시 두 사람이 필요할 때 외에는 인부를 쓰지 않았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런 경험은 오히려 초창기 정착단계에서 도움이 됐다.

포도 묘목이 자라 수확이 가능할 때까지 3년간 강 씨는 주변 농가에서 부탁하는 하우스 설치나 비가림 시설 설치, 스프링클러 설치 등 자신의 하우스를 만들 때 익힌 기술로 농사와 병행해 다양한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갔다.

강 씨는 포도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연구하고 준비해서 귀농했으면 고생을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농 당시 전반적인 농업에 대해서만 배웠을 뿐 귀농해서 농사지을 포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짬을 내 후계농업경영인 교육, 포도대학 등 농업기술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농업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다.

주변에서는 농사도 짓고 하우스 설치 일도 하는 강 씨를 보고 두 가지 일을 하면 돈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강 씨는 농업 전문가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생계가 급급해 농사와 하우스 설치 일을 같이했지만, 포도 전문 농업인이 되면 지금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씨는 남들이 1, 2개월에 끝내는 포도 수확을 올해도 3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수확기가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농약사용을 하지 않기에 대다수의 포도(자옥) 농민들은 1, 2개월 내에 수확을 끝낸다. 농약 사용 없이 수확기간이 길어지면 과실에 벌레가 끼는 등 피해가 오기 때문이다.

강 씨도 "일찍 수확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농사 기술 부족으로 하우스의 한쪽은 포도가 늦게 익어 할 수 없이 수확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물론 수확된 포도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해 속상하기도 하다.

그는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LED 등을 이용해 부족한 일조량을 채우고 수확을 앞당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만간 자신의 하우스에 이 방식을 도입해 볼 생각이다.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도 귀농 초창기 빚을 모두 청산하고 포도 농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농사짓고 있는 사람은 FTA 자금이나, 무슨 지원이니 하는 혜택이 쉽지만 귀농하는 이는 정보도 부족하고 지원대상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 씨는 "귀농을 포기한 사람들을 보면 1, 2년은 어떻게 버티다가 3년째 되면 도저히 못 견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귀농을 활성화하려면 귀농 정착단계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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