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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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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립국어원에서는 2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지했다.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것은 사람들이 흔히 쓰지만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던 '도찐개찐'이 등재되었고(표준어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너무'라는 말에 대한 뜻풀이가 수정되었다는 점이다.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로 되어 있던 것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수정되었고, 이 말의 용례에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가 추가되었다.

'너무'의 사전 뜻풀이 변화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전의 뜻풀이에 의하면 '너무'가 '지나치게'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과는 쓸 수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제로 '너무 예뻐!', '너무 좋다.'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텔레비전에서는 출연자가 그 말을 하는 경우 자막으로는 '정말 예뻐!', '매우 좋다.'와 같은 식으로 바꾸었다. 국어 관련 칼럼들에서는 '너무 좋다.'와 같은 표현을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나왔었고, 심지어는 국어의 오용, 국어 파괴와 같은 말을 듣기도 했었다.

국립국어원이나 국어학자들이 그렇게 쓰지 말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긍정적인 데에 사용하라고 대안으로 제시한 말인 '무척'이나 '퍽'이 너무 문어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말을 할 때 강세나 장단, 고저와 같은 반(半)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너무'는 반언어적 표현이 잘 될 수 있다. 그냥 많이 좋으면 "너무 좋아."라고 하고, 그것보다 더 좋으면 소리를 길게 빼서 "너~~무 좋아."라고 표현할 수 있다. 좀 더 과장하려면 반복을 하여 "너무너무 좋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우'나 '퍽'은 글로 썼을 때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말로 표현을 하려고 하면 '너무'가 가진 그런 느낌을 살리기가 어렵다. 소리로 말했을 때 더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쪽으로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어의 이런 특성을 잘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 한 토막을 보자.

그런데 우연히, 우연히 말이다. 영어라고는 '영'자도 모르는 우리 하숙집 아주머니를 앞에 놓고 내가 뭘 좀 물어보았다. 그 아주머니, 너도 기억할 거다. 된장찌개가 졸아들면 물 더 붓고, 덜 달여지면 국물 쏟아버리던 한심한 아주머니. 자, 아주머니 아주머니, 내가 말하는 다음의 두 영어 단어 중…. 내가 영어를 어찌 알아서? 아니, 영어 모르니까 묻는 거예요, 자, 하나는 짧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길다는 뜻입니다. '을롱'과 '숏'…. 아주머니 듣기에는 어느 놈이 길다는 말인 것 같습니까? 뭔가는 모르겠지만 '을롱'이라는 말이 길다는 것 같구먼…. 그래요? 자, 이번에는 내가 말하는 두 영어 단어 중 하나는 넓다는 뜻이고 하나는 좁다는 뜻입니다. '와이드'와 '내로우'…. 아주머니 듣기에 어느 놈이 좁다는 말인 것 같습니까? 글쎄, 뭔가는 모르겠지만 '내로우'라고 했소? 그게 좁으장한 것 같구먼.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겠지? 아주머니를 보면서 나는, 이 아주머니도 사과를 깨물어 먹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놀랍지?

말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니까 '숏'을 '길다'라는 의미로 약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말소리가 가진 느낌이 뜻과 맞지 않거나 더 적절하게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나오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말의 이런 변화를 빨리 포착하고, 그것을 반영하려는 국립국어원의 노력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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