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캠핑] 캠핑 속의 취미, 원두커피

왼쪽부터 드립포트, 핸드밀, 다회용드립퍼+서버, 드립퍼+서버, 일회용종이필터, 버너와 주전자
왼쪽부터 드립포트, 핸드밀, 다회용드립퍼+서버, 드립퍼+서버, 일회용종이필터, 버너와 주전자
(위) 수증기압을 이용한 미니 익스프레소 (아래)캠핑에서 즐기는 핸드드립커피
(위) 수증기압을 이용한 미니 익스프레소 (아래)캠핑에서 즐기는 핸드드립커피

캠핑이 점차 독립적인 레저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캠핑의 내부적인 콘텐츠들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먹고 즐기는 '먹캠'과 단체의 친목도모가 주류를 이르던 때부터, 책을 들고나가 1캠1책을 하거나 해루질, 등산 트레킹 등 평소 본인의 취향이 캠핑에 접목되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일단 나가면 막상 좋기는 하지만 넉넉한 시간을 적절히 다루지 못한다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한여름처럼 물놀이하느라 바쁘지 않을 때의 캠핑에서는 때와 장소에 적당한 즐길거리를 동반하거나 새로이 취미를 마련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며 안에서든 밖에서든 따뜻한 한 모금이 몹시 당기는 계절이 왔다. 야외에서 즐기는 갓 내린 뜨거운 커피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시린 바람에 각성된 코끝을 더없이 따뜻하게 감싸주며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캠핑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나 대접 가능한 주변인들에게나 크나큰 호사이다.

불과 15년 전쯤까지만 해도 '커피'하면 곧 인스턴트나 커피믹스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매장에서 로스팅한 원두로 직접 핸드 드립하여 내려주는 로스터리 카페가 점차 늘어나면서 애호가들의 안목 역시 상향 평준화되었다.

커피는 주로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가 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부스터 종과 다양한 변종을 지닌 아라비카종으로 양분되는데, 원두커피로 주로 음용 되는 종류가 아라비카종이다. 아라비카 원두도 산지의 기후나 세부 품종, 경작법, 건조처리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종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결과물이 에티오피아 시다모, 콜롬비아 수프리모, 하와이안 코나 등의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타 품종과 섞이지 않은 단일 산지, 단일 품종의 생두를 지칭) 커피들이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에는 크게 커피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고압 고온의 물을 곱게 다진 원두가루에 투과시켜 빠르게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과 굵게 간 원두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내리는 드립 방식이 있다. 후자의 방식 중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내리는 것이 이른바 핸드 드립이다. 최근에는 차가운 물을 방울방울 천천히 오랜 시간 투과시켜 추출하는 더치 커피도 다시금 주목을 얻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커피의 다양한 향을 즐기기에는 온수로 정성껏 내리는 핸드 드립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핸드 드립 방식은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여 마신 이래, 보리차처럼 포트에 같이 넣고 끓인 후 걸러내는 침출법과 함께 가장 오래된 커피 추출법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다른 방식에 비해 간단한 도구로 최적의 맛을 즉석에서 뽑아낼 수 있기에 캠핑 같은 야외활동이나 집에서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은 신선한 원두와 원두를 걸러줄 필터, 물을 끓일 주전자 정도면 충분하다. 원두는 갈지 않은 홀빈(whole bean) 형태의 것을 마시기 직전 갈아서 사용하는 게 좋은데 일단 분쇄하면 개별 알갱이가 공기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져 산화되어 맛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 빈을 원하는 굵기로 분쇄해주는 핸드밀, 그라인더가 필요하다. 원두 다음으로 커피맛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장비이지만 가성비를 고려해 적당한 것을 장만하거나 분쇄된 원두를 그때그때 소량 구입해 사용한다면 없어도 무방하다. 원두를 걸러줄 필터는 종이로 된 일회용과 스테인리스스틸이나 섬유 재질의 다회용 제품이 있는데 주로 종이 재질이 편의와 기능이 좋아 애용된다. 일정한 물의 공급을 위해 주둥이가 가늘고 좁은 드립포트라는 주전자를 사용하는데 원두를 적시는 물의 양과 떨어지는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이다. 이상적인 추출을 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물의 양과 접촉 지점, 투과 시간 조절이 필요하지만 숙달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결과물을 마주할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저런 준비도 번거롭다면 원두를 끓는 물의 증기 압력으로 추출하는 모카 포트나 수동 동력과 12V 전원으로 작동되는 휴대용 에스프레소 기기도 있으니 취향과 편의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한 줌의 커피와 뜨거운 물로 한순간과 공간에 있을 한 무리의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소소한 준비, 따뜻하게 즐겨야 제 맛인 커피에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온 만큼 제대로 즐기되 그 즐거움을 널리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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