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기부를 생각했는데, 이렇게 손자 같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4일 오후 4시 안동 가톨릭상지대학교 두봉관 2층 성당에서 열린 학교 설립자 추모 미사에서 특별한 장학금 전달식이 함께 열렸다. 성가소비녀회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인 안나의 집(원장 김옥화 수녀)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복실(92) 할머니가 꼬깃꼬깃 모아온 1천만원을 학생 10명에게 장학금으로 선뜻 내 놓은 것.
평안남도가 고향인 오 할머니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스무 살 즈음에 결혼해 얻은 아들은 세 살 되던 해에 급성맹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조차 떠난 뒤 홀로 된 오 할머니는 지금까지 온갖 허드렛일과 막일을 하며 고단한 삶을 견뎠다.
의정부에서 남의 집을 관리하며 살았던 오 할머니는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쫓겨났다. 갈 곳 없던 오 할머니는 제천에서 남동생과 생활하다가 여의치 못하자 영천 청통공소의 수녀님을 만나 지금의 안나의 집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난 2011년 8월 안나의 집에 들어오면서 평온한 미소를 되찾았던 오 할머니는 죽기 전에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3년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라디오에서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부터 저도 다른 사람을 돕고 싶었죠." 오 할머니에겐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조금씩 모아온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할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젊은 가장을 도와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오 할머니의 뜻에 따라 안동의 병원을 뒤졌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대신 오 할머니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줘서 사회가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가톨릭상지대 정일 총장 신부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가 우리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줬다"면서 "학생들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학생과 교직원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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