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 혜(惠)'문(文)'경제(景帝) 시기 '황로술'(黃老術)이 크게 유행했다. 황로술은 도가적 통치술로 그 핵심은 '무위이치'(無爲而治)다.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국가 개입을 극도로 줄이고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방임한 통치 방식이다.
당시 한나라 조정은 전쟁을 기피했다. 제도를 바꾸는 것도 피했고 세금도 크게 줄였다. 민간에서 동전을 만들어도 허용할 만큼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황로술의 효과로 보기는 힘드나 결과적으로 곡물과 돈이 넘칠 정도로 국력은 크게 세졌다. 이 시기를 '문경지치'(文景之治)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를 이은 무제의 정책은 정반대였다. 제후와 호족을 억누르고 군현제'관료제 등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흉노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오수전(五銖錢)을 유통시켰고 부자는 재산세, 성인 남자에게는 인두세를 물렸다. 소금과 철, 술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틀어쥔 것도 이 시기다.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국가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40년 넘게 지속한 전쟁으로 민생은 피폐했고, 소금'철 등의 국가 독점과 화폐 남발로 도처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무제가 죽자 소위 '염철(鹽鐵) 논쟁'이 가열됐다. 이는 소금'철'술 전매제 폐지와 지속을 둘러싼 논쟁이다. 국가 정책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세금과 그 징수 입장이 어떤 문제점을 낳는지를 증명하는 예다.
우리 국세가 올해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1966년 국세청 개청 당시 700억원이던 것이 50년 만에 3천 배 늘었다. 예상보다 3년 늦었다. 국세 규모가 200조원을 넘는 나라는 미국 등 11개국이 전부로 우리가 12번째다. 올해 국세는 지난해보다 10조2천억원 늘어난 206조원 규모로 예상한다. 국세청은 국내총생산 증가와 성실납세 유도 등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법 개정과 담뱃세 인상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국세 증가는 국가 경제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은 조세에 대한 정부 태도와 쓰임새다. 무제의 예처럼 전쟁 등으로 세금을 낭비할 경우 민생은 말하나마나다. 현재 우리 처지도 다를 바 없다. 방산 비리, 공직 비리, 복지 비리 등으로 예산은 줄줄 새고, 탈세도 끊이지 않는다. 불황으로 국민 수입은 형편없는데 세금만 늘고 그 세금을 지키지도 못하는 꼴이다. 이번 연말정산 때 또 어떤 불만이 터져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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