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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마당] 수필-위로할 수 없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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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할 수 없는 위로

오후에 짬을 내서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구입하고 중앙로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옆 좌석에 앉은 40대가량의 아저씨와 5살, 3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과 같이 앉아 오던 중 지하철 한 칸에 승차한 모든 분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아저씨 옆에 앉았던 두 남자 아이들이 복도 가운데에서 발로 차고 당기고 밀면서 미끄럼 놀이를 하며 온통 차 안은 그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들 아버지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저 장난꾸러기 아이들 단속 좀 하지 아버지가 되어서 무엇 하느냐고 마음속으로 모두 집중공격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열차 안 천장만 바라볼 뿐 넋을 잃은 허수아비처럼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바로 옆에 앉은 제가 십자가를 졌습니다.

"아저씨, 아이들 좀 단속하면 않되겠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릴 때 아저씨는 놀란 사슴처럼 그때야 정신을 차리면서 저에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저의 집사람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오늘 마지막 진찰 결과는 암이 온몸에 전이되어 3개월 정도밖에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위로할 수 없는 위로를 드렸습니다만 천진난만한 철부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엄마는 저 아이들을 볼 시간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생각하니 제 마음도 너무나 아팠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차디찬 병석에서 저 애들을 생각하고 있겠지? 열심히 뛰고 놀아라. 엄마의 뜻이란다. 흐르는 눈물을 고이 삼키면서 아이들과 같이 손을 잡고 놀아주면서 아버지의 노릇을 제가 해 주었습니다. 열차 안내 방송이 나오자 짐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기시는 것을 보니 내릴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 손에 아이들을 하나씩 손잡고 저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 아이들 장래를 봐서라도 꼭 힘내세요."

위로 아닌 위로를 드렸습니다만 저의 발걸음도 그날따라 너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음에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할 것이니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오늘을 만족하고 살면 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뿐일 것입니다.

우리는 다 길 떠날 나그네 인생입니다. 미움, 원망, 욕심의 훈장을 달고 떠날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은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답게 보입니다. 남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한마디가 세상을 밝히는 선구자들입니다. 내일도 다시 태양은 떠오릅니다

김용기(대구 달서구 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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