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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정조대왕과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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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사 투유유 교수가 지난해 노벨의학상을 수상할 만큼 현대 중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역대 국가 지도자들의 확고한 중의학 육성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경우 중의경전을 매일 연구하고 원로 중의사와 중의학이론에 대한 토론까지 할 정도라니 놀랍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도 중국 못지않게 한의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있었다. 바로 조선왕조의 중흥기이자 실학의 시대를 이끈 정조대왕이다.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해야 했던 끔찍한 기억이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때문에 정조대왕은 화병(火病)에 대한 신경정신과 치료약을 자주 복용해야만 했다. 정조대왕은 신하들에게 직접 성리학 강의를 진행하고 조선국왕 27명 중 유일하게 108권에 달하는 문집을 남길 만큼 뛰어난 학식을 지닌 군주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더하여 정조대왕은 세자시절부터 한의학 연구에 매진하여 '수민묘전'이란 한의서를 집필하였고, 이를 증보한 책이 바로 동의보감의 업그레이드판인 한의서 '제중신편'이다. 정조대왕이 국왕인 동시에 직접 한의서를 집필할 만큼 뛰어난 한의학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시대 한의학자나 의관은 이른바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떠올리게 되는 중인 계급의 사람들에만 국한되었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의원 의관뿐 아니라, 위로는 국왕부터 사대부 출신 고위관료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을 공부하여 처방하고 한의서까지 집필한 사람이 많았다. 이런 분들은 별도로 '유의'(儒醫)라 호칭한다. 역대 국왕의 치료에도 치료의 기술적인 부분은 의관이 맡았지만 치료의 논리적 타당성은 유학자 출신 대신들이 직접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다산 선생은 '유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다산 정약용은 실학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마과회통'이라는 한의서를 집필했다. 한의학 이론을 실사구시 관점에서 비판하고 발전시킨 뛰어난 한의학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조선조 국왕과 국가 지도층의 한의학 사랑은 대한제국에까지 이어졌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서양의학 제도를 강요하면서 대대적으로 펼쳐진 한의학 탄압으로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대구경북(포항) 지역의 뛰어난 성리학자 석곡 이규준(1855~1923)은 이런 한의학을 사랑한 '유의'들 중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의사들 사이에 연구 활동이 활발한 학회로 잘 알려져 있는 '소문학회'는 바로 '유의' 이규준이 저술한 한의서 '의감중마'에 나오는 '부양론'(扶陽論)이라는 학설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진료 활동을 펼쳐 그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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