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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너무 똑똑해도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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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컴퓨터만큼 똑똑해질 수 있을까? 1997년 인간 대 컴퓨터 간의 체스 대결에서 당시 세계 최강자였던 게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에게 패하면서 인간이 대면하게 된 의문이다. 인간이 컴퓨터에 졌으니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자폐증이나 발달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을 보면 그렇다.

1789년에 보고된 서번트 증후군의 최초 사례인 토머스 풀러라는 사람은 70년70일12시간을 산 사람의 일생을 90초 만에 윤년까지 고려한 초 단위(2,210,500,800초)로 계산해냈다. 1965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보고된 일란성 쌍둥이는 4만 년 이상의 달력을 계산할 수 있었고, 지나온 모든 날의 날씨를 기억했으며, 스무 자리나 되는 큰 소수도 계산할 수 있었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대개 이런 '초능력'을 지닌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젬병이다. 풀러는 계산 능력 이외에 다른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사안에 대한 이해도는 제로였다. 일란성 쌍둥이 역시 간단한 산수 문제에는 '무능'했다. 1만2천 권의 책을 암기했고, 매우 빠른 속도로 그것도 책의 오른쪽과 왼쪽 페이지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던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 킴 픽도 지능지수(IQ)는 상당히 낮았다.

그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이들의 뇌가 사고나 유전적 요인으로 장애를 입어 계산이나 암기 등 특정 기능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대신 타인과의 소통 등 다른 기능은 저하됐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사람의 뇌의 가소성(可塑性)은 매우 뛰어나 특정 기능이 정지하거나 발달이 지체되면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을 발달시키는 쪽으로 균형을 맞추거나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매우 똑똑한 것은 유용할 수 있지만 비용이 뒤따른다는 것, 다시 말해 특정 분야에서의 과도한 정보 처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체적인 정보의 인식 및 처리 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너무 똑똑한 것도 탈이 될 수 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제1국에서 졌다. 이길 것이란 예상과 다른 결과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남은 대국에서 모두 진다 해도 그렇다. 인간은 알파고와 같은 계산 능력은 없어도 무한한 창조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진화한들 인간처럼 '0'이나 '허수'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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