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미친 약속-문정희(1947~ )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창밖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풋열매가 붉고 물렁한 살덩이가 되더니

오늘은 야생조의 부리에 송두리째 내주고 있다

아낌없이 흔들리고 아낌없이 내던진다

그런데 나는 너무 무리한 약속을 하고 온 것 같다

그때 사랑에 빠져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미친 약속을 해버렸다

중략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분. 『카르마의 바다』 . 문예중앙. 2012)

사랑에 빠져 당신은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버린 사람이다. 사랑에 빠져 당신은 이 시처럼 '미친 약속'을 해버린 자이다.

해질 무렵 놀이터의 비어 있는 그네에게 당신은 조용히 가본 사람이다. 빈 그네를 밀어주며 '너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거야'라고 말해버린 사람이다.

이제 사랑 때문에 변하지 말자는 말보다, 사랑 때문에 변하고야 말았다는 누군가의 고백에 더 뜨거워지는 사람이다.

다시는 변하지 않겠다는 누군가의 다짐처럼 쓸쓸한 것이 있겠는가? 감나무도 잔정이 많아 이파리에게 기울었고, 잔정이 많아 감나무도 수만 번 머리 위의 하늘 때문에 흔들렸다. 잔정이 많아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미친 약속'을 해버린 사람인가.

그때 당신과 내가 몰래 훔치고 싶었던 세상이 한 뼘 있어서, 우리는 변해야만 했다. 그게 거짓인줄 알면서, 세상이 우리를 다 속여버리기 전에, 몇 개는 미친 약속을 하고 싶었는지도.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