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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나무 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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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 멀지 않은 시골 동네에 가면 어림잡아도 100년은 넘은 듯한 아름드리 고목(古木)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한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틀 준비를 할 때는 죽음과 삶이 함께 있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집니다. 새봄에 움을 터 신록(新綠)의 때를 거쳐 한여름 땡볕이 내리쬘 때면 동네의 많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가 되겠지요.

차에서 내려 잠시 동안 그 멋들어진 모습을 감상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큰 나무도 어리고 자그마한 묘목으로부터 자라났을 것인데, 누가 심었을까! 심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 그늘에서 쉬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런 나무 한 그루 우리 성당 마당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시샘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때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조그마한 나무가 자라 줄기를 뻗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기까지 수십 년이 넘게 걸릴 것입니다. 또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거센 비바람을 견디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심은 사람은 자신이 살아있을 때 그 그늘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나무 심는 사람의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먼 훗날 다른 많은 이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될 것을 생각하면서,

누군가는 생명력 있는 건강한 묘목을 심고,

또 누군가는 거친 땅속에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꼭꼭 밟아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힘찬 줄기가 뻗어나오도록 정성으로 보살펴 줄 때,

그 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멋을 더할 것입니다.

선거 장터가 열렸습니다. 정치라는 나무를 파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묶음씩 들고 와서 우리 동네에 심겠다고 합니다. '이런 꽃을 피우겠다. 저런 열매를 맺겠다'고 자신 있게 자랑합니다. 어떤 사람은 제발 자기 것을 사달라고 고개를 숙여가며 애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구별해야 합니다. 때론 병든 나무를 파는 이들도 있고, 나무를 가장한 화려한 플라스틱 인형을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 동네에 어울리지도 않는 나무로 현혹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는지, 잘 자랄 것인지, 또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것인지 세심하게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심으면 관심을 갖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생각만큼 자라지 않는다고 뽑아버리고, 옆 동네 큰 나무가 보기 좋다고 뿌리 없이 잘라 심으면 당장은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 죽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동네 마당에서 자랄 나무들이고, 우리가 키워나갈 것이고,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나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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