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성 愛 함께 누리다] 독서를 통한 인문소양'인성 함양 교육 '100-100-1 프로젝트

인문도서 100권 읽고 생각 나누고…'나만의 책'에 실어

지난해 8월 경북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지난해 8월 경북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대구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에 500여 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가해 '진정한 광복은 통일이다'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공서, 기업 등 곳곳에서 인문학 강의가 생겨나는가 하면, 서점에는 인문학 관련 서적이 쏟아진다. 인간성 자체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지금 우리 사회에 시급하다는 무언의 동의일 것이다. 인문소양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교육 기관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올해 대구시교육청은 역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인문소양교육을 통한 실천 중심 인성교육 강화'를 내세웠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 펼친 '독서를 통한 인문소양'인성 함양 교육'은 대구 교육이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했다.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독서, 소통, 책 쓰기로 이끈 인문소양교육의 모습을 살펴봤다.

◆독서를 통한 인문소양교육

대구시교육청이 10여 년 전부터 강조한 독서교육은 지금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전국 규모의 책 축제와 행사가 대구에서 열리는 등 전국 단위의 독서교육 정책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대구 독서교육의 총체는 '100-100-1 프로젝트'로 집약해 설명할 수 있다. '100권의 인문도서를 읽고 100번을 토론하고 1권의 책으로 담아내자'는 의미다. 프로젝트에서 권장하는 독서 권수는 초등학생 50권, 중학생 25권, 고등학생 25권 등 모두 100권이다.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모두 100권의 인문도서를 읽게 된다.

또 교육청이 주관하거나, 학교 수업 및 동아리 시간에 주어진 토론, 발표에 참여해 사고력을 키울 기회를 얻는다. 마지막은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 느낌을 표현하는 '책 쓰기' 과정을 통해 인문소양교육의 결실을 맺는다.

독서교육이 대구 교육의 자랑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5년 시작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의 공이 컸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학생, 교사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해 ▷모두가 읽는다 ▷매일 읽는다 ▷좋아하는 책만 읽는다 ▷단지 읽기만 한다 등 비교적 간단한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정규 수업 시간 전 학생에게 잠시라도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 책을 가까이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아침독서 10분이 학생들에게 미친 독서교육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어느 순간 일과의 시작을 독서로 시작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며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시범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아침에 어느 초등학교에 가나 책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독서교육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년 전에는 사서교사, 초'중등 독서담당교사, 기자, 교수 등으로 이루어진 인문도서목록개발 TF팀이 구성됐다.

TF팀은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읽을 권장 인문도서 목록을 개발하고 각 학교에서 활용하도록 한다. 도서목록에는 논어, 데미안, 그리스 로마 신화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문학, 철학, 역사, 고전 등이 포함돼 있다.

김견숙 경북대 사대 부설초등학교 교사는 "글쓰기, 책 쓰기, 토론과 연계된 인문소양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지식 생산자로 길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이바지할 것이다"고 했다.

◆소통으로 인문소양 심화

깊이 있는 독서가 몸에 익었다면, 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들과 관심 분야에 대해 소통하고 자신만의 사고를 정립해야 하는 시기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같은 장을 마련하고자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토론 마당을 열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매년 열리는 '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은 교육청의 대표적인 독서토론 행사다.

'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은 과거 광복절, 한글날 등 각종 국경일 때 이뤄지던 계기교육(기념일, 사회적 이슈 등 정규 교육과정에는 없는 특정 주제에 대해 이뤄지는 교육)을 토론 형식으로 발전시킨 행사다. 매년 500여 명의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토론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나이대를 막론하고 진행되는 만큼 토론 주제를 두고 펼치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우리 시대의 광복을 말하다'는 주제를 통해 참가자들은 일제강점기 곳곳에 흩어진 동포들의 비참했던 삶에 공감한다.

'한글날에 생각하는 말의 힘'이란 토론 주제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했던 언어를 돌아보면서, 말이 가족과 친구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게 된다.

교육청은 앞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최소 100회 이상의 토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각 교육지원청, 교육연수원 등 교육청 직속기관 역시 학부모, 교사 연수를 꾸준히 열면서, 바람직한 토론 교육의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토론 외에도 발표, 공모전 등을 통해 학생 개인의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매년 한글날(10월 9일) 개최되는 '인문학 독서나눔 한마당'에는 한 학교당 1팀의 학생들이 참가한다. 참가 학생들은 인문도서를 읽고 10분 안팎의 짧은 강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게 된다.

또 시교육청이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인문학 학생 영상 작품 공모전'에는 영상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만든 UCC를 출품할 수 있다.

공모 작품 중 우수작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 이 밖에 교육청은 '언어문화 개선 청소년 원탁토론회' '고교 연합 독서나눔 토론 어울마당'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인문소양교육의 완성, 책 쓰기

'100-100-1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학생 개인의 사고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그동안 쌓은 경험, 생각들을 정리한다. 책 쓰기는 출판으로까지 이어져 적극적인 자기표현은 물론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책 쓰기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책 쓰기 동아리 가운데 초등학교 9곳, 중학교 13곳, 고등학교 9곳의 결과물이 출판 지원 대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시, 수필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채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이 책들은 오는 6월 실제로 발간될 계획이다. 교육청은 '학생 저자 책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난 12년 동안 펼쳐온 독서교육의 결과물을 전시한다.

한편, 각 학교에서는 인문교육을 위한 각종 행사, 교육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나의 명언 만들기' '모방 시 쓰기' 등은 학생들이 꿈을 찾고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동아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토요 인문학 독서교실', 골든벨 형식 퀴즈대회 '토요 인문학 독서교실' 및 '인문고전 퀴즈 한마당', 일정 시간을 주고 인문 관련 도서를 읽게 하는 '인문 도서 읽기 마라톤', 가족과 함께 인문학적 사고를 기르게 하는 '가족 인문학을 찾는 여행' 등 각 학교가 처한 환경에 맞춰 각종 인문교육 관련 행사들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인문소양교육을 기부, 공동체 문화를 통해 이어나가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학부모, 지역 인사 등 다양한 계층에서 개별 학교나 교육청으로 인문도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박세원 대구교대 교수는 "학생들이 자발성에 기초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고, 나누고, 그 결과물을 다시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며 "학생들이 대화와 소통, 공동체적 삶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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