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10%대에 그칠 정도로 매우 낮았다. 당시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았지만, 경제 체감도가 좋지 않았던 탓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반대 진영의 공격에 시달렸던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비판받았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했다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오히려 인기를 얻었다.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한 그의 사저에는 국민이 끊임없이 찾아왔고 예기치 않은 그의 서거에 많은 국민이 큰 충격에 빠져 슬퍼했다. 이달 초 역대 대통령 호감도를 조사한 한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12.3%포인트 높은 39.2%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권력을 내려놓고자 했으며 탈권위적이고 서민적 풍모를 지닌 대통령이었다. 국정 전반에 상당한 식견과 깊은 이해를 지녔으며 이를 바탕으로 활발한 토론을 벌였고 투명한 국정 운영에 힘썼다. 무엇보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지도자였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호감 가는 역대 대통령으로 꼽힌 것은 그의 이러한 면모를 국민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파격적인 정치 행로를 걸었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대통령으로서 지향한 가치는 뒤늦게나마 높이 평가받고 있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새누리당도 지역주의 타파 등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려고 애썼다고 논평, 이례적으로 그를 기렸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걸핏하면 '친노 패권주의'를 거론하며 공격한다. 친노 계열 정치인들이 강한 계파 의식을 형성해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 다툼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노 정치인들은 '가치 지향점'이 같다는 데에서는 '친노'이지만 권력을 위해 결속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한다. 여권이 친노를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친노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 재직 시에 과도하게 공격했듯이 지금도 '친노'를 '패권주의'로 덧칠해 비난한다.
정치에 권모술수가 필요악적인 측면이 있지만,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고 '틀'이나 '프레임'을 만들어 있지도 않은 현상을 공격하는 것은 비겁하다. 여권이 친노와 맞서려면 더 나은 정치적 가치를 제시해 승부를 겨뤄야 한다. 보수적 가치를 새롭게 발굴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만이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정치하는 길이며 장래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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