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은퇴한 억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선밸리라는 도시가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재정 형편이 좋은 사람들만 입주하는데다 입주 연령이 55세로 제한돼 있다. 최적의 편의시설과 의료진이 구축돼 있고 소음과 노점상은 금지된 곳이다. 성공한 은퇴자들은 앞다퉈 이곳으로 몰렸고, 노인을 위한 지상천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치매발병률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치명적인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이유는 과도한 안락함에 따른 스트레스 내성의 약화였다. 힘든 일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데 그런 것이 없다 보니 면역력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선밸리 입주자들은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떠나고 있다.
신공항 입지 논란의 중심에 선 부산이 선밸리와 비교된다. 무조건 가덕도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유치를 위해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정부에 협박을 일삼는다. 24시간 운영되는 국내 최대 항만과 관광 자원을 보유한 부자도시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공정한 경쟁 없이 자기들만의 논리는 절대 선이라는 식이다.
부산과 대척점에 서 있는 대구도 문제는 없지 않다. 대구는 일본의 가와사키시와 닮아 있다. 가와사키시는 일본 내 혐한 바람이 불 때 법으로 규제했고, 한국인 지문 날인 제도도 제일 먼저 철폐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어렵다. 한때는 공업도시의 면모를 뽐내며 부자도시였으나 현재 도쿄 인근 도시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을 뿐 아니라 집값도 최저 수준이다. 명분에 치중한 나머지 먹고사는 문제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대구는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만큼음 너무 방관한 듯하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며 선비처럼 뒷짐만 지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산 시민들이 총궐기를 하고 신공항 유치 실패 시 탈당 운운하는 부산의 정치권처럼 정치 생명을 거는 이들도 없어 보인다. 용역 결과에 승복하자는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부산의 행태는 핌피(pimfy) 현상을 넘어선 초지역이기주의이다. '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Please in my front yard) 지어달라는 일종의 사회운동 차원이 아닌 '우리 아니면 어디도 갈 수 없다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대구를 비롯해 영남권 4개 지자체도 송곳 같은 대응이 필요할 때이다.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다'며 더 이상 터무니없는 부산의 행태에 대한 맞대응을 정부에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점도 막무가내식으로 여론을 몰고 가는 부산시에 대한 제동이다. 지역 위정자들이 앞장설 날도 용역 결과 발표 시점까지 불과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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