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론 무서워 신공항 이어 한국문학관도 못 짓겠다는 정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 안을 들고 나온 정부가 국립한국문학관 입지 선정 역시 연기했다. 16개 시'도 2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하던 한국문학관 건립 부지 선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공항을 백지화하면서 지자체 간 갈등을 이유로 내세우지 않은 것과 달리 문학관 후보지 선정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 과열을 무기 연기 이유로 분명히 했다.

한국문학관은 문학유산을 수집'보존'복원하고 문학과 관련된 연구'전시'교육기능을 갖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사업비 450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건립, 2020년 개관할 예정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3~25일 건립 부지 공모 신청까지 마치고 7월 초 부지 확정 방침을 정했다가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댔다.

문화부가 돌연 부지 선정 발표를 미루자 유치를 희망했던 지자체는 허탈하기 이를 데 없다. 문학관 건립에는 대구와 경주를 비롯한 전국 2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하며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왔다. 대구시는 국립한국문학관 대구 유치 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6개월여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한국문학관을 유치하려는 것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선의의 경쟁이다. 각 지방이 지역별로 문학관 유치의 당위성을 내세워 경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유치전이 치열하다고 하여 정부가 국책사업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당한 일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유치전 과열에 아랑곳없이 스스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가장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면 된다. 신공항도 그렇고 한국문학관도 그렇고 정부가 지자체 갈등을 의식해 얼토당토않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경쟁이 뜨겁다고 하여 부지 선정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것은 지자체 간 갈등 조정이라는 정부의 기본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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