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중국·러시아 반발
북핵 온전한 해결·수도권 방어 못 해
한·미·일 동맹 강화 군사적 역할 커져
전략적 유연성 잃고 국익 해칠 수도
말도 많던 사드의 입지가 경북 성주로 결정되었다. 지역민들의 반발 속에 타 지역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새로이 좀 전의 자신들의 처지가 된 성주 주민들의 반대투쟁에 연대감을 보여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반발이 오래가면 슬슬 '님비'라 비난하기 시작할 것이고, 반발이 격해지면 그들을 '종북'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제주 강정 주민들도 그렇게 '종북'이 된 바 있다.
사드의 효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확실한 것은, 정부나 보수언론에서 홍보하는 것만큼 사드가 북한의 핵에 대한 온전한 해결책은 못 된다는 것이다. 일단 사드로는 한반도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 48기의 미사일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수백 기의 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북한이 잠수함을 타고 내려와 후방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사드는 무용지물이 된다.
사드는 사실 한국의 안보보다는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미국에서 뭐 하러 제 비용을 들여가며 우리에게 따로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제공해 주겠는가. 또 미국이 제 비용 들여 방어체계를 설치해 주겠다는데, 왜 우리 정부가 그동안 그 제안을 놓고 머뭇거렸겠는가. 주변국들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이게 순수하게 한반도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왜 북핵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그토록 반발하겠는가?
사드 배치로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한국 배치로 동아시아의 핵 균형이 깨졌다고 느낀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깨진 균형을 다시 회복하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이 강화되고,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북한-중국-러시아가 맞서는 새로운 냉전 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벌써 우리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아예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사드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북 제재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결정적이나, 한미일이 동맹을 과시하는 이상 두 나라는 북한을 다시 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민감한 문제도 있다. 바로 한미일 동맹 내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의 호의적 묵인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아베 정권은 압승을 거두며 개헌선을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하는 의견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일본은 전쟁할 권리를 가진 '보통국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은 그런 일본에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군사적 역할의 상당 부분을 떠넘기고 싶어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일본은 곧 미국에 맞먹는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 군사적 부담을 넘길수록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군은 '개전권'을 가졌으나, 한국군은 전쟁이 나는 순간 곧바로 '작전권'을 잃는다. 과거에 미국이 북폭을 하려 하자 김영삼 정권이 클린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듯이, 일본에서 북핵 제거의 명분으로 북에 선제공격을 가하려 할 경우 우리 정부가 아베의 바짓가랑이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쩌다 우리가 이 꼴이 됐을까? 세계 최빈국에 대한 과장된 공포에서 한미동맹을 종교적 신념화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동북아 균형자' 외교를 주장한 바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도 잠시 그 길을 걸은 적 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슬러가며 중국의 전승기념일에 참석한 것이 그것이다. 이 작은 전략적 유연성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번 사드 도입 결정은 한마디로 대통령이 전략적 유연성을 잃고 다시 한미동맹교의 낡은 신앙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쉽고,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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