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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국수 시를 쓰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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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상 시인.
김수상 시인.

나는 뷔페식당에 가면 국수로 배를 채운다. 본격 상차림이 펼쳐지는 메인테이블엔 관심이 별로 없고, 국수가 세팅되어 있는 외진 자리에 눈길이 간다. 꼭지가 달려 있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통에는 멸치국물이 가득하고 바로 옆에는 김 가루와 김치, 양념간장이 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서 나는 연거푸 거기만 들락거리며 배를 채운다.

나에게 소원이 있다. 국수 시를 쓰고 싶다. 국수 시를 잘 쓰는 시인을 보면 괜히 주눅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은 국수 시를 잘 쓰는 시인들이다. 국수 때문에 나는 그 시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버지는 가끔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상아, 니가 집에 와야 니 에미가 국수를 해주니 우리 집에 좀 오니라." 어머니는 오래되어 더욱 정이 가는 암반 위에 반죽을 펼쳐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홍두깨로 얼마나 밀고 치댔는지 반죽은 흰 광목처럼 얇았다. 이윽고 채를 써시는데 콩가루 냄새가 구수했다. 물이 펄펄 끓으면 국수를 넣고 삶는다. 국수가 다 삶길 무렵, 애호박이나 얼갈이배추 같은 것을 넣어 함께 끓이면 내가 좋아하는 국수가 된다. 고소한 참기름이 떠다니는 맛있는 양념장은 필수다. 아버지는 이미, 어머니가 해주신 국수 안에 빠져 계시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국수를 해치운다.

이제 어머니는 치매병동에 누에처럼 누워 계시고 아버지는 이태 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니 어머니표 건진 국수를 먹는 일은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국수가 그리워서 뷔페식당에 가면 잔치국수라도 먹는다. 나는 밥보다 국수가 좋다. 슬플 때 밥이 안 넘어가서 먹는 국수는 슬픔의 다발이 되고, 기쁠 때 먹는 국수는 기쁨의 다발이 된다. 죽기 전에 좋은 국수 시 한 편만 쓰고 죽었으면 좋겠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구+ㅌ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국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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