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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잡는 건강] 한의학은 맥으로만 진단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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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맥'(脈)이라는 말에서 한의원을 떠올린다. "한의원에 진맥(診脈)하러 간다" 말도 자주 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맥으로만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 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사진합참'(四診合參)이라고 한다. '사진'(四診)은 보고(望診), 듣고(聞診), 묻고(問診), 맥을 짚어(切診) 진단하는 등의 네 가지를 이른다.

한의사는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자의 얼굴과 몸동작 등을 관찰하고, 환자의 숨소리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듣는다. 그리고 환자에게 병의 감별과 환자의 생활 습관 등을 묻고, 마지막으로 환자의 맥을 짚어 맥의 형태를 판단한다.

'합참'(合參)은 이 같은 4가지 진단 방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의 병이 무엇인지를 유추하는 진단 방법이다. 이와 같은 한의학의 진단 방법은 진단 의료기기가 없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환자의 병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발전시켜 온 방법이다.

사진합참으로 능숙하게 진단하려면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치료 방법은 침, 뜸, 한약, 추나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런 치료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령 환자가 '기허'(氣虛) 증상이 심한데, 무리하게 침 치료를 시술하면 기허 증상이 오히려 심해져 어지러움과 무력함 등을 호소하게 된다. 따라서 간단한 침이나 뜸 시술로 보이더라도 정확한 진단에 기초해야 한다.

'불문진단'(不問診斷)이라는 말이 있다. 물어보지도 않고서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가끔 손목만 내밀면서 병을 맞혀보라는 환자들도 있다. 아마 한의사들이 맥만을 가지고 진단한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 이해한다. 그런 환자들도 똑같이 사진합참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필자의 진단에 수긍하지만, 어떤 환자는 "한의사가 맥도 볼 줄 모르느냐"며 항의할 때도 있다.

그러나 맥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맥과 증상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감기와 같은 병은 맥이 크고 살결 위에서 잡히고, 열이 나면 매우 빠르게 뛰게 된다. 하지만 감기와 비슷한 증상인데도 맥이 크지 않고, 살결 위에서 잡히지 않으며, 빠르게 뛰지 않는다면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며, 치료약도 일반 감기 한약을 줘선 안 된다. 따라서 맥으로만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한의학의 진단 방법도 아니다.

사진합참은 한의학 진단의 요체다. 한의사들은 맥으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고 묻고 물으며 비로소 맥을 보고 난 뒤에 진단하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한의학의 진단을 좀 더 정밀하게 완성하려면 진단 의료기기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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