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 끌어들여 200억대 판돈, 대구 최대 규모 도박판 소탕

수수료 수십억 가로챈 7명 구속…6개월간 9곳 옮기며 단속 피해

주부 등을 끌어들여 수백억원대 도박판을 벌여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인근에서 적발된 도박판 중 도박자금 역대 최대 규모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25일 대구 일대 9개소에 도박장을 열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총책 여모(54) 씨 등 7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상습도박을 한 가정주부 등 27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 씨 일당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서구와 달성군, 고령군 등지에 사무실과 펜션, 비닐하우스 등지를 다니며 속칭 '아도사끼' 도박장을 열고 200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여 수수료 명목으로 2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영화 '타짜'를 연상시켰다. 여 씨 등은 매일 오전 2~7시 도박장 녹색판에 가정주부 등 40~5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박판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화투패가 올려져 있는 담요 앞에 길게 앉은 후 '○' 또는 'X' 표시가 된 곳에 수십만~수백만원의 판돈을 걸었다. 여 씨 등은 승부가 나면 이긴 쪽을 상대로 도박자금의 10%를 수수료로 떼고 전달했다. 이렇게 챙긴 돈이 하룻밤에 최소 2천500만원이었다.

여 씨 등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도 동원했다. 참가자들을 제3의 장소에 모이도록 한 뒤 대기한 승합차를 이용해 현장까지 데려갔다. 진입 골목에 1'2'3차 문방(감시자)을 세우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도박 참가자끼리 서로 인적사항을 알 수 없도록 별명을 지어 부르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꽁지(돈을 빌려주는 역할), 상치기(판돈 분배하는 역할), 마개사(화투 패를 돌리는 역할), 문방 등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부산, 경남, 전라도 등지에서 도박을 좋아하는 가정주부 및 자영업자 등을 몰이꾼으로 활용해 수당을 지급하면서 도박 참가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박에 참여해 5억원가량의 돈을 날린 제보자를 통해 일당들을 검거했다. 제보자가 3개월간 도박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증거와 피의자를 특정했다. 이어 경찰이 지난 18일 달성군 유가면 한 펜션에서 열린 도박현장을 급습해 여 씨 일당과 상습 도박자들을 검거했다.

성서서 김선희 형사과장은 "3단계에 걸친 문방들 탓에 두 차례나 허탕을 치기도 했다. 대구 일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판돈이어서 증거수집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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