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수서 SRT 개통과 국가균형발전

지난 12월 9일 우리나라에는 SRT (Super Rapid Train)라는 또 하나의 고속철이 탄생했다. 수서역을 출발해 동탄역'지제역을 지나 평택에서 KTX가 다니는 기존 경부 고속선과 만나는 이 고속철은 6년간 총 3조1천2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으며 총노선의 길이는 61.1㎞로 기존 KTX와 경쟁하는 첫 노선이다. 서울 강남과 강동, 그리고 수도권 동남부 주민들이 서울역까지 올라가서 KTX를 타고 지방을 가는 불편이 사라짐과 동시에 지방에서 서울 강남을 갈 때도 용산역과 서울역에서 내려 다시 돌아올 필요가 없어 40여 분의 시간과 요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개통일인 금요일에 SRT를 타고 서울 강남을 다녀오면서 시간과 비용 절약이라는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균형발전과 교통정책의 형평성 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남부권 지역민들이 그렇게도 갈망하며 학수고대했던 남부권 신공항은 물거품으로 사라진 반면 좁은 수도권에 또 다른 KTX 역사를 건설한 것은 우리나라가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수도권 중심국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 6월 21일 남부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밀양'부산(가덕도) 신공항 건설보다 김해공항 확장을 권고한다고 밝힘으로써 1천300만 영남권 주민들은 심리적 박탈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수서발 SRT 개통과 금년 9월 발표된 KTX 광명역의 도심터미널 조성사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KTX 광명역은 도심공항터미널을 유치하여 대부분의 지방발 KTX 노선이 정차하는 광명역에 터미널을 설치, 지방 승객들의 인천국제공항 접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하여 내년 3월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출발하면 서울역, 공항철도를 거쳐 인천공항까지 꼬박 3시간 10분, 부산역에서는 4시간 8분 그리고 호남선도 광주송정역에서는 3시간 28분 걸린다. 하지만 신설될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을 이용한다면 50분이 줄어든 2시간 30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선 역시 소요시간이 2시간 40분으로 50분 줄어든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고속철도 건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선거리가 45~50㎞에 불과하므로 수서발 SRT 건설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활용할 경우 전 노선을 터널화하더라도 공기 4년에 공사비 2조5천억원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남권 1천300만 명과 호남권 500만 명은 물론 충청권 500만 명 등 전 인구의 45% 이상이 국제공항 접근성의 수혜자가 되어 국가균형발전이 앞당겨질 수 있다. 예컨대 광명역-인천공항 고속철 건설은 동대구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시간을 기존 3시간 10분에서 1시간 40여 분으로 단축시켜줄 것이다. 또한 동대구역에도 도심공항터미널이 조성되어 국제선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한 뒤 미리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을 신속하게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전용통로로 보안검색을 받을 수 있어 출국 수속도 편리해질 것이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고속철도 건설이 이루어진다면 남부권 신공항 무산으로 인한 1천300만 남부권 지역민의 박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김해공항 확장과는 별개로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고속철도 건설을 차기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국제공항의 접근성이야말로 지역 발전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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