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재판 2회 공판에서 핵심 증거로 꼽히는 '안종범 업무수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 17권을 증거로 신청했지만, 정작 수첩을 작성한 당사자인 안 전 수석은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합법적으로 확보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최순실 씨도 이에 가세해 수첩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고, 내용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특정 물증은 증거로서 오염됐거나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 등 신빙성이 관련자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판례상 위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안 전 수석과 최 씨 측은 중요 내용이 빼곡히 담겨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업무수첩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고 증거능력을 다투면서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씨 측 변호인도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최 씨의 공소사실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최 씨 측은 또 "최 씨가 공무상 기밀누설죄로 기소되지 않았는데, 이것(수첩)은 문건"이라며 "최 씨와 관련한 증거라면 공소사실 중 어떤 부분과 관련 있는지 검찰이 설명해야만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제출되는 것을 막아서 핵심 증거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하는) 탄핵심판에 제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최 씨가) 당초 안 전 수석에 대해 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수첩을) 증거로 쓰이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조직적인 주장과 저항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부분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반발할 것에 대비해 검찰은 17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페이지도 빼지 않고 모두 복사해 증거로 신청했다"며 수첩이 증거로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이 수첩 내용을 토대로 조사했던 증인들의 신문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우려를 제기하며 "증거에 부동의하는 자세한 이유를 조속히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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