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눈 특검 수사의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19일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문제의 핵심은 삼성이 총 430여억원을 지원한 부분이었다. 이 객관적 사실을 두고 청와대와 박 대통령, 최순실 씨 측의 '강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삼성 측이 계열사 합병 찬성 및 이로 인한 경영권 안정화 등 반대 급부를 염두에 두고 자발적으로 낸 '뇌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판이하게 달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로 봤지만 삼성 측은 '강요'공갈'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영장 결과만 놓고 보면 둘 사이의 프레임 전쟁에서 삼성 측이 일단 승기를 잡은 셈이다.
특검팀은 삼성을 우선 타깃으로 삼아 삼성을 '뇌물 공여자'로 결론 내리고 뇌물공여,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동시에 적용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수사로 직행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강요와 협박에 가까운 요구 탓에 어쩔 수 없이 최 씨 회사를 통해 미르'K재단에 출연하고 최 씨 일가에게 거액을 건넸다면서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내놓은 설명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설명 중에서는 특검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한 것을 떠나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에 관한 의문점을 던진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끈다. 특검 측의 법리 구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따라서 특검팀이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법원이 던진 의문을 해소할 결정적인 물증을 추가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달 2월 28일로 정해진 1차 수사 시한이 다가오는 특검이 반전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최 씨 일가 지원에 깊숙이 관여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임원의 신병을 먼저 확보해 단계적으로 윗선 수사를 전개하는 통상의 수사 과정을 밟지 않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부회장 1명의 신병 확보를 곧장 시도한 '올인 전략'이 결과적으로 패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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