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및 변호인단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를 향해 조직적인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 아래 설 명절을 앞두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포문은 구속 수감 중인 최 씨 본인이 직접 열었다.
최 씨는 25일 오전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라고 고함치면서 '강압 수사' 주장을 제기했다. 최 씨가 지난달 24일 처음 소환된 이후 한 달 만의 출석이었다. 특검은 최 씨가 정신적 충격과 재판 출석 등을 이유로 여섯 차례에 걸쳐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강제로 조사실로 데려왔다. 작년 10월 말 첫 검찰 출석 때 "죽을죄를 지었다"며 고개 숙인 모습에서 180도로 변한 것이다.
탄핵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검찰과 특검 수사 혐의를 부인하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기획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최순실), "어거지로 엮은 것"(박 대통령) 등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대리인들도 공세에 가담했다.
25일 오후 헌재 탄핵심판정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의 심판 진행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대리인단의 전원 사퇴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루 뒤인 26일에는 최 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최 씨에게 폭언을 하고 변호인을 배제하는 등 인권 침해 수사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날 오후 특검에 참고인 출석을 요청받았지만, 불출석했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를 총동원해 국정교과서 지지 집회를 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 씨측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에서 일련의 행동들이 연이어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순실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검사가) 삼족을 멸한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에 대해 어떠한 강압 수사나 자백 강요 등의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앞으로 특검이 수사해야 할 내용에 해당한다"며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무대응 방침을 견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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