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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는 것들, 한 번 되돌아보자…『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과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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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과나무숲/여균동 지음/사유 펴냄

날마다 아파트 뒤편 숲길을 산책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말없이 걷는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숲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이 책은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며, 동물, 자연, 사물, 곤충, 감정, 신호등, 무당벌레, 나무 잎사귀 등 생물과 무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다양한 시선들은 숲길을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마치 독백처럼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언제부터 숲길을 산책하기 시작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난 다음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산책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또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과나무숲'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어지는 글은 '숲길'의 독백이다.

'나는 숲길입니다. 그렇다고 산길은 아닙니다. 오래된 아파트 뒤, 조그만 숲길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이라고 부르듯, 스스로 그냥 있는 그런 숲입니다. (중략) 할아버지를 만난 건, 아니 그를 눈여겨보게 된 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그의 모자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보통 허둥대며 모자를 잡으러 달려갔을 터인데, 그는 가만히 모자가 굴러가는 걸 그냥 구경하지 뭡니까. 마치 집 나간 모자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죠.(하략)'

몇 장, 책장을 넘기면 '느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나를 만나면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느려터지면 잘못하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교육받았거든요. 내 얼굴을 편하게 만나게 되는 때는 나이가 들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느림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렇지 나는 언제나 비난받는 대상이었답니다. 이제는 책으로도 나오고, 심지어 철학이 되기도 해서 우쭐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있을 겁니다. 나하고 친해지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꿈도 꾸게 됩니다.(하략)'

'물음표와 느낌표'는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알 듯 말 듯, 그게 바로 나입니다. 사실 한 몸에서 난 자식처럼 서로 많이 닮았습니다. 느낌이 오면서도 물음이 생겨나고, 묻다가 보면 어느덧 알 것 같은 때가 많죠. 하지만 여전히 알 듯 말 듯한 게 많고 우리는 제각각 바쁩니다. (하략).'

아마도 이 글에서 지은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여전히 알 듯 말 듯한 게 많은데, 우리는 각자 사는 일로 바빠, 알 듯 말 듯한 것들을 그냥 지나쳐버린다는 말일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자고 낮은 목소리로 권한다.

지은이 여균동은 이 책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사과나무숲'이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천일의 유리'를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만든 책이라며, "이야기는 시간처럼 한 줄로 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속에는 수만 가지 헤아릴 수 없는 시선들이 스쳐간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중심들이 마구 뒤엉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아무로 모르게, 아무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삶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진다.

여균동은 1994년 영화 '세상 밖으로'의 감독으로 데뷔해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1995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감독 장선우)에 출연하여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연기자상을 수상했다. 그 뒤로도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거나, 배우로 출연했고 책 '세상 밖으로' '죽이는 이야기' '미인'(소설) 등을 펴냈다. 80쪽, 1만1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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