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의 미래 청소년] <상>학교를 떠난 아이들!

대구경북 '학교 밖 청소년' 1만5천명 넘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특히 많이 아프다. 학업, 이성친구, 학교폭력, 가정폭력, 왕따 등 온갖 고민에 시달린다. 가정마저 붕괴되거나 해체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게 되면 범죄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EBS 독립영화
요즘 청소년들이 특히 많이 아프다. 학업, 이성친구, 학교폭력, 가정폭력, 왕따 등 온갖 고민에 시달린다. 가정마저 붕괴되거나 해체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게 되면 범죄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EBS 독립영화 'May I Talk to You?'의 한 장면.

◇기초생활 수급·고교 자퇴 후 오토바이 훔치다 보호관찰

# 고등학교 1학년이던 민수(가명)는 올해 자퇴를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내다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년여 전 가출했을 때(중3)도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들켜 단기 보호관찰을 받은 적이 있다.

민수는 외아들이었다. 직물공장에 다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민수가 네살 되던 해 이혼했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번갈아 가며 민수를 돌봤지만 불안한 가정환경 탓에 민수는 외로웠다. 아버지는 술을 자주 마셨고, 6년 전부터는 우울증과 불면증'협심증'관절염'디스크 등 합병증으로 아예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초생활수급비가 생활비의 전부였다.

오로지 친구들만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의 외박과 일탈이 잦아졌고, 급기야 가출과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유복한 환경이지만 학교가 불편해 검정고시 길로…

# 올해 검정고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유라(가명)는 고교 2학년 때인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유라는 유복한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부모님의 제안으로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학교라는 곳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학업중단숙려제를 통해 '꿈드림'을 알게 되었다. 일단 학업을 중단하고 꿈드림에서 자격증 취득 및 특성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고, 해외직업체험도 할 기회가 생겼다. 많은 청소년과 교류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의 권익을 위한 꿈드림 청소년 단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학교 교육에서 얻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유라에게 공부는 짐이 아니라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매년 4천여 명의 학생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쌓인 대구경북의 학교 밖 청소년은 1만5천~1만6천여 명에 이른다.(만 19세 이상은 학교 밖 청소년의 개념에서 제외됨)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여전히 미흡하다. 청소년이 청년이 되고, 이들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되는 데도 말이다.

대구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등학교(59.9%) 때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중학교(39.1%), 초등학교(1.0%) 순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44.8%)과 중학교 3학년(19.5%) 시기에 학교를 떠난 경우가 많았다.

학교를 그만둘 당시 처리 형태는 '자발적 자퇴'가 60.4%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는 '진학 유예'(11.5%), '졸업 후 상급학교 진학 포기'(11.3%), '권고 자퇴'(10.0%), '징계에 의한 퇴학'(5.6%) 순으로 조사되었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의 성적은 하위권(63.7%)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상위권이었던 경우도 5.2%나 되었다. '중위권이었다'는 응답은 31.0%였다. 공부를 못하는 청소년들만이 학교를 떠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학교를 그만두게 된 구체적인 이유'(14개 항목, 4점 척도 적용) 분석에서도 나타났다. 단순히 '놀고 싶어서'(50.4%), 또는 '지나친 학업부담 때문에'(28.0%) 학교를 떠난 경우도 많았지만 '내 특기나 소질을 살리려고' 학교를 그만뒀다는 반응도 28.0%나 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내가 다른 사람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는 응답이 74.2%나 되었고, 반대로 '내가 실패자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반응은 34.2%에 불과했다. 그러나 학업 중단 시기가 2년을 넘어서면서부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급격히 높아졌다.

김경선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는 "학업 중단 청소년에게 초기 대응과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초자료인 정보동의서를 강제할 수 없어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 중 60~70%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범죄에 연루됨으로써만 청소년지원기관과 접촉할 수 있는 상태로 소외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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