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의 미래 청소년] <중>사회가 가정이다!

가정 빼앗긴 아이들, 청소년쉼터가 '제2의 가정'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 현지기관을 방문, \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 현지기관을 방문, \'한국어방\'을 꾸며주고 있다. 청소년쉼터는 꿈드림과 연계해 대안가정으로서의 역할과 각종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청소년지원재단 제공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한 이유는 다양하다. 이 때문에 획일적인 대책이 아니라 그들의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도표 참조) 학교 밖 청소년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가정이 해체 또는 붕괴되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이다. 사춘기의 일시적인 방황이라면 청소년쉼터에서의 단기 보호를 통해 가정과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보듬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돌아갈 가정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가 품어 안을 수밖에 없다. 거리를 방황하며 각종 범죄에 노출된 이들도 바로 우리의 소중한 미래다.

류명규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사무국장은 "장기 청소년쉼터는 돌아갈 가정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대안가정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각종 범죄에 연루되어 강제로 위탁된 경우 외에는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찾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홍보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대안가정으로서의 청소년쉼터 사례를 소개한다.

# 18세의 김보라(가명) 양은 올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처럼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 양이 처음 집을 나온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어머니는 정신지체 3급이었고,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중 2때는 아예 집을 나와 버렸다. 갈 곳이 없어 가출팸을 구성하게 되었고, 절도와 성매매로 생활하다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경찰에 붙잡힌 것이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청소년쉼터에 강제 입소하게 된 것이다. 물론 쉼터 생활 적응은 쉽지 않았다. 감호위탁처분 기간이 끝나자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족 갈등은 여전해서 또다시 가출을 하게 되었다.

이제 쉼터는 김 양에게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집'이다. 내년에 대학생이 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희망과 용기가 저절로 생긴다.

# 김성실(20'가명) 군은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대학 1년생이다. 4곳의 대학에 합격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소방공무원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성실했던 김 군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아기수첩을 보고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게 되었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자퇴 후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과 집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커져만 갔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로부터 청소년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김 군에게 청소년쉼터는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정서적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지난해 8월 고졸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 이재영(18'가명) 군은 지난해 대학 물리치료과에 합격한 후, 잃어버렸던 가정을 다시 찾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고, 그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누나와 여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이 군은 5세 때 부모가 이혼했다. 아버지와 살 때는 계모와 갈등이 심했고, 어머니와 살 때는 계부와의 충돌로 도저히 함께 있지 못했다. 수시로 집을 나왔고, 혼자 자취를 해보기도 했으나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행청소년이 되어 버렸다. 쉼터 입소는 어머니의 결단이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이 군의 손을 끌고 쉼터로 왔다.

처음에는 장래에 대한 어떤 기대나 희망도 없었다. 학업에 대한 의욕도 물론 없었다. 그러나 평소 관심 있었던 피아노를 배우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감이 커졌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대학 합격 뒤에는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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