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세상에 나쁜 새는 없다

중국에서는 참새를 잡을 때도 인해전술을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웃자고 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1950년대 중국에서 곡물 수확량이 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참새에게 화살을 돌렸다. "참새는 나쁜 새다." 중국 전역에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어떤 곳에서는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참새를 따라다니는 방법을 썼다. 사람들이 온 천지에 깔렸다 보니 참새들은 도망 다니다 지쳐 추락했다. 당시 중국에서 소탕된 참새는 2억 마리에 이른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졌다. 참새가 자취를 감추자 해충이 기승을 부려 작황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다. 게다가 가뭄까지 겹쳤다. 그 결과 1957~60년 중국에서는 4천만 명이 아사했다. '세상에 나쁜 새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권력자의 무지와 독단이 낳은 전대미문의 비극이었다.

이 이야기는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돼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에서도 사냥과 남획으로 늑대가 한때 자취를 감췄다.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지자 초식동물이 너무 번성했고 생태계 균형이 심각히 무너졌다. 당국은 1995년 러시아 늑대를 들여와 옐로스톤에 방사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수풀은 다시 무성해지고 습지가 복원되는 등 생태계가 급속도로 원래 모습을 찾아갔다.

자연계에서 불필요한 종(種)은 없다. 치어 때 바다로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 육지로 회귀하는 연어 역시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바다에서 살을 찌운 연어가 회귀해 생을 마감함으로써 바닷속의 유기물과 영양분이 육지로 옮겨지고 이를 자양분 삼아 많은 육지 생명들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하천의 보 때문에 연어가 제대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연어의 회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어도(魚道)도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산강 포항~경주 구간의 어도 역시 최신 공법으로 설치될 예정이라지만 벌써부터 무용지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연어가 회귀하지 못하면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조류독감(AI)'구제역 등 바이러스가 수변 위 공기 중을 떠다니다가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어의 미회귀가 구제역과 AI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생태계 조화를 과연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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