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이거 실화냐?

근래 학생들이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중 하나가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다. 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믿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진짜냐?'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었는데, 인터넷 쇼핑몰들에서는 유행어를 반영하여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싸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이 가격 실화냐?'와 같이 쓰기도 한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던 이 말은 일상생활에서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올해 삼성과의 경기에서 사이클링 안타를 완성한 두산의 선수가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동료들에게 제일 먼저 한 말도 '실화냐?'였다.(중계 화면의 입 모양을 보고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알?'이라고 말하던 상황에 쓰이고 있다. 혹 나이 많은 사람이 자신은 젊은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열린 아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레알?'이라는 말을 쓴다면 그냥 아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레알?'이라는 말이 그랬듯 '실화냐?'라는 말도 한때의 유행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유행어들이 생겨날 때마다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실화냐?'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린다. '레알'이라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실화'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니까 나을 수 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설명을 했을 때 전에는 아주 싸가지 없이 "레알?"이라고 툭 던지는 학생도 있었는데, 지금은 "샘, 그거 실화예요?"라고 하게 되니까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법상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말이 유행어의 단계를 지나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를 듣고 "실화냐?"라고 하면 어법에 맞는 말이 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예는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1) "연휴 끝나고 중간고사 친대."/ "헐, 실화냐?"

2) "이 옷 5천원에 샀어."/ "대박! 실화냐?"

'실화'라는 말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야기)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1)과 같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실화인지 묻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2)의 경우에는 '옷을 샀다'는 과거의 사건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고 '5천원'이라는 기준점의 진위 여부에 대해 놀라는 것이므로 사건을 뜻하는 '실화'라는 말을 쓰는 것은 어법상 맞지 않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예전에는 믿기지 않아서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는 '소설 쓴다' '만화 같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소설이나 만화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실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보니 '실화냐?'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실화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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