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 도시재생 사업] <하>행복의 디딤돌 된 구성마을

할매묵공장·할매목공소 운영…노인 일자리·도심 활력 충전

할매묵공장을 운영하는 할머니들이 두부와 묵을 만들고 있다. 영주시 제공
할매묵공장을 운영하는 할머니들이 두부와 묵을 만들고 있다. 영주시 제공
할배목공소에서 할아버지들이 목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주시 제공
할배목공소에서 할아버지들이 목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주시 제공

도시재생사업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중점을 두었던 도시 정비사업이 도시재생사업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 도시환경을 물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거주자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산업화로 몰락한 도시를 현대사회에 맞게 재조명하기도 한다. 구성마을 도시재생사업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이다. 주민들 스스로 조직을 설립'운영하고 지역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한 구성마을을 찾았다.

◆시간과 삶이 융합된 마을로 재탄생

구성마을은 지난 1961년 영주 대수해 때 수해피해 이주민들이 옮겨와 정착한 무허가 정착촌이다. 마을 자체 주민들과 철도노동자들이 어우러져 만든 집단 주거지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1973년 영주역 이전과 함께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영주시 영주2동 298의 46 일대 7만4천259㎡가 바로 구성마을 권역이다. 옛 중앙선 철로 자리가 인접한 곳에 구성공원이 위치해 있다. 이 마을의 중심부에 들어선 구성공원은 봉송대'가학루'구산성 등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간직하고 있어 1970, 80년대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았다. 영주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조선시대 구성산성 터에는 체육공원이 들어서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이용된다. 정상의 가학루에 오르면 영주시가지는 물론, 멀리 소백산(1,440m) 연봉을 비롯, 학가산(882m)'문수산 등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구성산성 둘레는 41.26㎞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성안에 우물과 군창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마을의 인구가 급감하고 빈집이 늘어나면서 슬럼화 현상이 심해져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 대부분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2014년 인구조사에서 홀몸노인의 비율이 73.9%, 30년 이상 된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낙후된 마을로 전락했고 어르신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영주시가 활기를 불어넣었다. 2014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가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선정된 후 영주시는 이 마을에 마을기업과 마을공동체를 운영, 새로운 모델의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시는 영주동 296의 7 일대 지상 1층 148㎡(45평) 규모에 할매묵공장을 건립, 16명의 할머니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사회적협동조합(2016년 9월)을 설립했다. 또 사업비 5억여원을 들여 구성마을 내 부지 158㎡, 건축 연면적 131㎡에 2층 규모의 할배목공소를 완공, 8명의 할아버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주민 모두가 중심이 돼 만든 도시재생의 성공 마을이다.

◆할매묵공장

할매묵공장은 영주시에서 추진한 제1호 도시재생사업이다. 구성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영주에서 생산한 국산 콩과 메밀만을 사용, 전통 가마솥 방식으로 친환경적인 묵과 두부를 생산하는 곳이다.

묵공장이 자리 잡기까지는 영주시의 노력이 컸다. 우선 시는 지역사회의 소득창출원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구성마을 할머니들의 공통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찾았고 지역 어르신들을 사업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해 의견수렴 과정에 어르신들을 참여시켰다. 그 결과 영주시는 지역 어르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관심 분야인 '묵'을 지역적 콘텐츠로 찾아냈다.

영주시는 할머니들이 찾아낸 묵을 콘텐츠로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한편 묵을 만들기 위한 공동 공간마련에 착수했다. 또 지역 어르신들은 묵공장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시재생대학, 사회적 경제 기초 및 심화교육 등을 추진했다. 시는 다양한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과 예비사업 등을 통해 구성마을이 자생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 자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할매묵공장이 2016년 11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착하는 데 힘을 보탰다.

현재 할매묵공장은 16명의 지역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이 직접 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주시는 시설조성 등 재정지원 이외에도 할매묵공장 사회적협동조합이 묵공장을 운영관리 할 수 있도록 주민위탁관리체계를 마련,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할매묵공장은 현재 수익금을 '구성마을 도시재생사업 운영위원회'에 적립해 오고 있다. 이 돈으로 홀몸노인 식사 대접, 생활텃밭, 묵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 살맛 나는 동네로 변신시키고 있다.

도시재생의 성공모델인 할매묵공장은 자생적 도시재생사업과 사회적 경제조직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선도지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전국 도시재생사업의 표준 모델로 우뚝 섰다.

묵공장 어르신들은 단순히 묵과 두부를 제조'판매하는 데 그치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묵공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판로확보, 홍보, 회계처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공모사업도 응모하고 있다. 이런 결과 지난 9월 18일 사회적 경제조직 발굴 프로그램인 H-온드림에 최종 선정돼 한층 더 역량을 강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또 2017년 마을기업 박람회 및 공동체 한마당 공동체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할배목공소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보다 더 깨끗해지고 활기차진 구성마을에 지난 3월 4일 '할배목공소'(중앙로 65번길 75)가 문을 열었다. 할배목공소는 어른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지역공공사업장 등에 납품,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마을의 노후 주택에 집수리 사업 1호를 추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할배목공소는 2014년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영주시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구성마을 권역 핵심 콘텐츠 사업으로 추진됐다. 구성마을 주민들은 할배목공소 운영을 위해 완공 전인 2015년부터 꾸준히 도시재생대학, 사회적 경제 기초'심화교육 등의 교육을 받아왔다. 도시재생사업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은 이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할배목공소 사회적협동조합'(대표이사 김동빈)을 구성하고 총회와 주기적인 회의를 거쳤다. 할배목공소는 이 마을의 어르신 8명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할아버지들은 다양한 목공 기술과 집수리 교육 습득으로 예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성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영주시도 목공소를 주민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할배목공소 사회적협동조합과 시설물 관리 위탁협약을 체결하고 주민 자력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줬다.

도시재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이 직접 나서서 문화와 역사가 반영된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특성, 문제점 등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주민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을 만든 구성마을은 전국적으로 성공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박재찬 영주시 도시과장은 "도시재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업이다"라며 "시는 할매묵공장과 할배목공소에 이어 순환형 임대주택인 '살림자리', 커피휴게소와 코인세탁실'채소판매장 등을 갖춘 '소담자리', 도로개설 구간 129m에 메밀 식재와 채소 텃밭을 조성하는 '메밀꽃길' 사업 등 구성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사업들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성과물인 할매묵공장과 할배목공소가 구성마을 노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해 쇠퇴해가는 구성마을에 자생적인 기반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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