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문현의 새論새評] 헌법 개정의 필요성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규범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

불일치 줄여야 살아있는 법

30년 만에 성숙된 개헌 논의

현재와 미래 최대한 반영을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最高法)이자 기본법이다. 헌법이 국가 법질서의 기본이 되므로 시대정신을 반영한 헌법 가치를 헌법에 담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 그런데 시대정신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바뀔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상당히 흘러 수십 년이 지나면 헌법 규정과 헌법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여 헌법 규정과 헌법 현실을 일치시켜 규범적 헌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 헌법 개정이다. 즉, 일반적으로 헌법의 개정은 헌법에 규정된 개정 절차에 따라 헌법의 기본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헌법의 특정 조항을 의식적으로 수정 또는 삭제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증보)함으로써 헌법의 형식이나 내용에 변경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1987년 9차 개헌 후 30여 년 만에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발족돼 그동안 헌법 개정안 마련을 위하여 활동하다 최근 개헌특위 활동의 시한 연장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대립을 하기도 했으나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다 하겠다.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인 헌법이 빈번히 또 너무 쉽게 바뀐다면, 헌법을 성문화한 성문헌법주의 정신에 위반된다. 근대입헌주의 헌법은 헌법의 성문화와 헌법 개정을 곤란하게 하는 경성헌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은 헌법의 성문화와 개정 곤란성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영구화하고, 그때그때 집권의 편의를 위한 빈번한 헌법 개정의 결과 초래되는 국가 기본질서의 불안정을 방지하려는 것이며, 헌법의 항구성과 안정성의 보장은 물론 헌법의 규범력을 고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 규범은 헌법 현실을 규율 대상으로 하고, 헌법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헌법 규범과 현실 간에는 괴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괴리가 일정한 한도를 넘으면, 헌법 규범이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단순히 문자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괴리를 줄여 헌법이 규범력을 가진 살아 있는 헌법이 되게 하려는 것이 헌법 개정이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라진 사회경제적'정치적 상황에 대응하여 그때마다 헌법의 불비와 흠결을 보완하고, 그럼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유지하려면, 그 개정이 불가피하다. 둘째, 헌법의 개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현재의 헌법에 불만을 가진 정치 세력들이 혁명이나 쿠데타와 같은 방법으로 현재의 헌법을 파괴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혁명 등에 의한 헌법의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헌법 제정 당시에 제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정치 세력에 헌법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예를 살펴보면 현행 헌법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민족문화'를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대한민국 인구의 5%를 초과하고 있고, 산업체의 이른바 3D업종에 취업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이라는 상황 및 문화의 다양성 등을 고려하면 '민족'이라는 문구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를 상실했다고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규정한 헌법 제69조("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에서 '민족문화'라는 문구의 '민족'을 삭제하는 것이 달라진 대한민국의 상황(헌법 현실)을 헌법에 반영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헌법은 국민의 합의에 기초한 국민과의 약속이다. 30여 년 만에 성숙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진행되는 개헌특위의 개헌 작업을 통하여 현재의 국민과 미래 세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지속 가능한 규범적 헌법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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