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개헌으로 '내 삶을 바꾸는 진짜 자치'는 실현될 수 있을까. 주민 발의와 주민 투표를 통해 공동체의 살림을 직접 운영하는 스위스 주민총회(게마인데총회)에 참석해 분권형 개헌에 따른 자치의 가능성을 엿봤다.
지난달 13일 스위스 바젤주에 위치한 시자크 주민총회에는 13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번 총회는 시자크도르프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열렸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회의에도 중간에 이탈하거나 나가는 이는 없었다. 이날 마이크를 들고 직접 의견을 개진한 사람만 29명. 시민들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한 건 한 건의 예산안을 검토했다.
주민들은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제기된 의견에 대해 각각 찬반을 표했다. 2018년에 있을 소방 호스와 방독면 전면 교체 비용을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곧장 반론이 제기됐다.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반론에 주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 대신 이들은 반려동물 세금을 올리는 데 찬성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내년부터 50스위스프랑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 밖에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아이스링크장 개보수사업 부분 축소, 도서관 이용시간 30분 줄이기 등이 대안으로 나왔지만 모두 부결됐다.
피터 뷔서 시자크 주민총회 의장은 "더 이상의 주장'반론이 없을 때까지 '끝까지 듣는 것'이 주민총회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취리히시 인근에 위치한 레겐스베르크 지역에서 열린 주민총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영하 날씨에도 58명의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찾았다. 안건은 총회 10일 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된다. 2015년부터 2년간 레겐스베르크 주민총회 대표를 맡았던 한스 베그뮐러 의장은 30분 전부터 주민 한 명 한 명을 악수로 맞았다.
이날 안건은 인근 지역과 방과 후 음악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것. 교육부가 없는 스위스는 방과 후 교육과정'학교 통폐합 변경도 지역 주민들의 주민총회에서 결정한다. 베그뮐러 의장은 음악학교를 통합하면 1년 예산의 3%를 절감할 수 있고 이를 통합 학교 악기 구입비로 쓸 수 있다고 안건을 소개했다. 그러나 곧이어 주민 보코 시저 씨가 음악학교가 멀어진 탓에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줄까 걱정된다는 반론을 냈다. 한 시간 동안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결과는 41대 17로 통합으로 결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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