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과의 불화'(윤리학 연구)/ 테리 이글턴 지음'김준환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
이 책의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적합한 윤리는 존재하는가'라는 화두로 출발한다.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인생 살면서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사람과 돈'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일단 돈 문제는 각자의 복으로 미루고, 사람과의 문제에 천착해보자. 이 책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때, 타인으로 인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다소나마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는 영국 마르크스주의 문학, 문화비평가로 잘 알려진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타자'(他者)의 문제를 서구의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윤리학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메타-이론적 차원에서 규명했다. 특유의 냉정과 위트를 구사하면서 글쓰기를 해온 그는 이 책을 통해서도 윤리학을 중심으로 신학, 미학, 정치학, 정신분석학, 문학, 사회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적합한 윤리를 제시하는 실천적 차원을 제공한다.
이글턴은 '자기'와 '타자'란 어떤 존재이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가에 관한 세 단계 유형을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낯선 사람들을 배제한 채 가까이 있는 이웃들 사이의 자연발생적인 공감과 정감을 중심으로 도덕감각에 기초한 18세기 영국의 '상상계적 윤리', 둘째, 제한적인 공감과 정감을 벗어나 의무와 책무를 중심으로 가까이 있는 이웃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적 도덕법에 기초한 유럽(특히 독일)의 '상징계적 윤리', 셋째,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이 두 유형의 윤리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실재계의 윤리'.
저자는 자크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세 유형을 자신의 변증법적, 역사적 유물론으로 재해석해 서구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따라 변화해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은 사실상 저변에 넌지시 배경만 보여줄 뿐,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실재계의 윤리는 이마누엘 칸트 이후의 포스트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 구조주의식 윤리의 공과를 비판적으로 가늠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주의 및 유대 기독교 전통의 윤리를 시금석으로 삼아 기존 윤리담론의 향방을 가늠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는 현 단계의 사회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프랜시스 허치슨, 데이비드 흄, 에드먼트 버크, 애덤 스미스,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이마누엘 칸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쇠렌 키르케고르, 프리드리히 니체, 에마뉘엘 레비나스,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 등 수많은 사상가들의 철학이나 주장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신약'구약성서를 비롯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자에는 자로'와 '베니스의 상인' 등 서구의 문학작품도 분석 대상에 등장한다.
이클턴은 윤리학에 관한 다층적인 분석과 설명을 통해 18세기 이래 자본주의의 진행 과정에서 생산된, 구체성과 공감에 기초한 상상계적 윤리, 추상성과 보편법에 기초한 상징계적 윤리,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재계의 윤리를 변증법적으로 끌어안았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구체성과 추상성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된 육체(희생양으로서의 육체)를 반석으로 삼는 윤리, 범속한 일상 속에서 참된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제도에 기초한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토피아적인 윤리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 내지 탐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50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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