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안전불감증] "정년 얼마남지 않았는데…" 통곡의 바다 된 장례식장

"남편 살려내라" "구경 온 거냐" 하청社 사장 조문에 쓴소리…동료들도 미안한 마음에 눈물

"제발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야."

26일 낮 12시 30분 포항 남구 대잠동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남편을 잃은 아내가 공기를 찢을 듯 외쳤다. 분노와 울음이 뒤섞인 외침은 처절한 비수가 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25일 포항제철소 산소공급 설비공장 냉각타워 질소 누출사고로 숨진 근로자 4명 중 신호수였던 이모(60) 씨의 아내였다. 이 씨는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둔 건실한 가장이었다.

아내는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과 숨진 이 씨가 근무했던 TCC한진 사장을 향해 "너희가 우리 남편 죽였다. 살려내라"고 외쳤다. "평생 일만 하다 이제 쉴 만해지니까. 더 잘해주지 못해서…"라는 들릴 듯 말 듯한 읊조림을 울음에 묻어버린 채 털썩 주저앉아버린 아내는 남편의 영정 사진을 원망과 분노, 회한의 감정으로 바라볼 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또 다른 빈소에는 20대 꽃다운 나이에 숨진 주모(26) 씨가 잠들어 있었다. 주 씨의 아버지는 딸과 아내의 서글픈 울음에도 의연한 모습으로 버티려고 애쓰고 있었다. '꺽꺽' 속울음을 참는 그의 모습에 조문객들은 그저 눈시울만 붉힐 뿐 말이 없었다. TCC한진 등 관계자들이 문상을 왔을 때도 고개 한 번 들지 않았다. 차라리 화내고 소리쳤으면 좋으련만.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아들 얼굴만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오열하던 딸은 "구경 온 거냐"며 TCC한진 사장 등을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아버지 대신 동생의 영정 사진 앞에서 조문객을 맞은 딸은 끊어질 듯한 말을 애써 이으며 말했다. "저희 동생 억울한 거 다 풀어주세요.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해주세요."

딸은 아버지 옆으로 돌아가 어깨를 움켜잡고 펑펑 울었다. 그제야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마는 참고 참았던 그의 무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리자, 장례식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장례식장 입구는 주 씨와 이 씨의 동료들이 지키고 있었다. 동료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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