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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평창 정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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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 2항을 보면, '올림픽 장소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실은 다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문제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불참했고, 모스크바 올림픽과 LA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두고 각각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이 불참했다. 서울올림픽은 12년 만에 IOC 회원국 대부분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때도 북한과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쿠바, 알바니아 등은 참가하지 않았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만큼 정치가 행사 자체를 압도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평창 정치 올림픽의 금메달 1순위 후보는 단연 북한이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남북이 함께 논의해야 할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방통보'를 해대며 갑질을 했다. 핵강국 북한과 대한민국이 '대등할 수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었을까. 어쨌든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제재의 '예외적용'을 남발하며 귀빈(?) 모시기에 정성을 쏟았다.

UN 제재 대상으로 벌을 받아야 할 북한이 오히려 정치 금메달을 목에 걸 상황이 되자, 미국이 태클을 걸고 나섰다.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 인권탄압의 상징인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방한, 탈북자를 만나고 천안함을 참배하며 북한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미리 만나 '대북 압력 최대 강화'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평창에 온다고 했다.

우리 여권 인사의 반응이 눈길을 끈다. "왜 같잖게 일본 총리가 나서 한미 훈련 재개를 이야기하나"(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 건군절 열병식은) 김정은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펜스 부통령은 잔칫집에 곡하러 오고 아베 총리는 남의 떡에 제 집 굿을 할 심산"(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북한과 미'일 중 누가 우방이고 적국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이쯤 되면 이미 금메달은 북한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진 셈이다. "평양올림픽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금메달을 차지하더라도 그것이 핵 포기와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면 대한민국의 구차스러운 '을' 노릇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의 핵심인 '북핵 포기'에 대해 뻥끗도 못하는 남북대화,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평창의 성화가 왠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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